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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다시 한번

정 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지난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스웨덴 한림원에서 날아들었다. 작가 개인의 영광이자 국가적으로 경사다. 혹자는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이라고도 했다. 전쟁의 폐허와 잿더미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의 성공이 원조 한강의 기적이다.

이들 한강의 기적에는 공통점이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글쓰기와 작가 정신에 더해 최고 수준의 번역자와 한국문화번역원의 지원 등이 일조했듯이 산업화로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창업과 기업가정신은 물론 노동자의 땀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드높아진 K컬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외신이 전한다. 환경적 요인이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무역자유화 또는 세계화의 시대적 흐름이 도우미 역할을 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 무역 체계가 국제통상 질서를 정립하고 시장을 통한 공정 경쟁이 가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초창기 동남아 등 역내에서의 한류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K컬처와 달리 한국 경제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은 사뭇 다르다. 대외적으로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더해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로 주요국들은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우며 보조금 위주의 산업 정책을 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첨단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을 통한 성장이 시급한 변곡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제 디지털 전환(DX)은 기업 경영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노벨상 시즌에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우리 기업 대부분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조사에서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무역협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을 아직 준비 중이거나 이제 도입 초기에 있는 기업 비중이 절반에 달하는 반면 전환이 활발히 진행 중인 기업은 5%에 불과하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것은 비용 대비 이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영을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은 기존의 경영 방식과 수익을 보장하던 시장에서 초월할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디지털 전환에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분석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기업의 89%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얻은 수익은 예상 수익의 31%, 비용 절감도 기대치의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머뭇거릴 틈이 없다. AI로 가속화되는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이다.

한강의 기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게 아니다. 기업가정신과 작가 정신이 꾸준히 축적된 결과의 발현이다. 한국 경제에 다시 한 번 한강의 기적이 찾아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대전환의 시대에 변곡점에 선 한국 경제의 운명이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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