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업체가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메모리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형(레거시) 메모리는 물론 최첨단 D램 제품군인 HBM 생산까지 도전하면서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메모리 회사인 CXMT가 2세대 HBM 라인을 구축하고 제품 양산에 나섰다. 이 HBM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인 화웨이의 AI 반도체 ‘어센드 910B’와 결합할 가능성이 크다.
HBM은 다수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서 만든 칩이다. 연산장치 바로 옆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기억하며 보조할 수 있는 고급 메모리다. 2022년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HBM도 차세대 메모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CXMT의 HBM 생산은 중국이 최첨단 D램을 생산할 역량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노트북PC·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활용되는 구형 D램 제조에 집중했다. 한국·미국보다 D램 사업에 늦게 뛰어든 데다 미국의 강도 높은 반도체 압박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반도체 제조 장비를 현지로 들여올 수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 특유의 막대한 투자가 HBM 설계 기술과 공정·장비 개발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양산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직 중국의 HBM 기술은 느린 편이다. 현재 HBM 1위 SK하이닉스는 12단 5세대 HBM(HBM3E)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해 양산을 시작했다. 다만 중국이 레거시 D램 시장에서도 빠르게 진입한 것처럼 조만간 HBM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HBM까지 쫓아오자 미국 정부도 이 제품에 관한 제재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지난달 10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AI 칩에 들어가는 HBM을 거론하며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세 곳 중 두 곳이 한국 기업”이라며 “그 역량을 우리 동맹을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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