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추가 대응에 나섰다. 전세대출과 정책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비은행권으로의 대출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2금융권 협회와 개별 회사들을 긴급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전세 또는 정책대출에 DSR 적용을 확대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전세나 정책대출에 대한 DSR 적용 여부, 어느 수준으로 적용할지 등을 가늠하기 위해 은행들에 전세·정책대출의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득 수준별 DSR 산출을 정교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세·정책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워밍업으로 해석된다. 전세나 정책대출에 대한 DSR 적용을 수도권·비수도권, 소득 수준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각도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 하향 조정 등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금융 당국은 비은행권으로의 대출 수요 이동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5일 상호금융, 보험사, 저축은행, 여신전문 금융사·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회의를 연다. 금융위가 11일 관계기관과 은행연합회, 2금융권 협회, 5대 시중은행 등을 불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한 지 나흘 만에 2금융권을 별도 소집하는 것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면서 2금융권에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금융권 회의는 금융협회뿐 아니라 새마을금고와 농협중앙회·삼성생명·교보생명 등 가계대출이 늘어났거나 증가가 우려되는 개별 금융회사들도 참석자에 포함시켰다. 다만 2금융권이 동시에 대출을 급격히 줄일 경우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려날 우려가 있어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를 취급하는 카드사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융 당국이 이처럼 재차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은행권이 가계대출의 공급을 줄이면서 2금융권에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특히 10월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 원을 넘는지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1조 원은 풍선 효과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점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1조 원 이상 불어날 경우 2022년 5월(+1조 4000억 원) 이후 약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2022년 10월 이후 줄곧 감소하다가 올 8월 5000억 원 증가 전환한 바 있으며 지난달에는 다시 5000억 원 감소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리 인하 등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양상과 추이를 검토하면서 정교화한 전세·정책 대출 DSR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가 대책을 적기에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 당국은 11일 주최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연초 수립한 자체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준수할 수 있도록 은행권에 당부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관리 목표는 △KB국민은행 151조 4000억 원 △신한은행 120조 5000억 원 △하나은행 125조 4000억 원 △NH농협 124조 원 △우리은행 115조 4000억 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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