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리사 수, 나델라, 이재용의 10년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리사 수·나델라 혁신으로 기업 되살려

삼성전자, 메모리 등 세계 1위 지위 위태

개척의 리더로 이재용 신경영 보여줄 때


이달 8일(현지 시간)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이틀 뒤 열린 ‘AMD 어드밴싱 AI 2024’는 취임 10주년 기념식을 방불하게 했다. 키노트 마지막에 “신제품 공개로 10주년을 맞이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는 수 CEO의 소감에 객석에서는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부도 직전이던 AMD를 다시 살려내고 더 나아가 인텔과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로 굳어가던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 경쟁을 되살린 수 CEO에게 보내는 찬사다. 그때나 지금이나 AMD는 2인자이지만 존재감만큼은 1인자 못지않다. 과거 AMD는 빈약한 제품 경쟁력으로 외면받던 기업이었다. 당시 서버용 CPU 시장점유율은 0%. “인텔이 반독점 소송을 피하고자 AMD를 살려둔다”는 조롱이 나왔을 정도다.

수 CEO가 사령탑을 맡은 뒤 AMD는 발상의 전환과 합리적 가격 정책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취임 직후에는 ‘니치 마켓’으로 외면받던 게임기 칩셋을 독점 공급해 숨통을 틔웠다. 부활의 기치가 된 ‘라이젠’ CPU는 연산 코어 수를 대폭 늘려 인텔의 허를 찔렀다. G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최초로 도입한 회사도 AMD다.

10년이 지난 현재 AMD의 서버용 CPU 시장점유율은 31%에 달한다. 엔비디아가 독주하던 AI 가속기 시장에서는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텔은 ‘캐시카우’이던 서버용 CPU 점유율 하락으로 초유의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2014년 10월 8일 수 CEO 취임 당일 3.28달러에 불과했던 AMD 주가는 현재 167달러에 달한다.

챗GPT가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올해 10주년은 맞은 빅테크 CEO가 한 명 더 있다. 2014년 2월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다. 당시 MS는 암흑기를 지나고 있었다. 전임 스티븐 발머 CEO 시절 무리하게 추진한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 인수와 ‘윈도우폰’은 최악의 패착으로 돌아와 모바일 시대 패권을 애플·구글에 내줬다. 오랜 폐쇄적 생태계 전략에 ‘파트너’인 개발자들마저 MS를 외면하고 있었다.

나델라 CEO는 MS를 클라우드·개방형 생태계 중심 기업으로 변모시킨다. 윈도우와 오피스 단건 판매에 주력하던 MS는 나델라 산하에서 애저(Azure)와 구독제 오피스365를 기반으로 한 클라우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오픈AI를 발굴해 생성형 AI 시대 최선두 기업이 된 것은 화룡점정이다. 고루하게 낡아가던 MS는 다시금 애플과 시가총액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나델라에게는 “빌 게이츠에 이은 MS의 제2 창업자”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2014년은 한국 경영계에도 풍파가 일었던 해였다. 그해 5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쓰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올해가 ‘실질적 취임’ 10년째인 셈이다.

‘외계인을 고문한다’는 찬사를 받으며 메모리·모바일·TV 등 주력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의 지위는 위태롭기만 하다. ‘사업보국’을 상징하던 메모리 기술력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뛰어난 공정 역량으로 애플 A 시리즈 칩셋을 도맡던 파운드리는 TSMC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애플과 중국 기업들 사이에 끼인 신세로 1위 수성이 위태롭다. TV 시장에서는 ‘19년 연속 1위’를 넘보고 있으나 TV는 더 이상 첨단전자제품이 아니다. ‘초격차’를 부르짖던 삼성전자에서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이 나올 정도다.

갑작스러운 승계, 뒤이은 사법 리스크 등 잇따른 불운이 타이밍마다 발목을 잡았던 점은 지금도 안타깝다. 이제 사법 리스크도 마무리 단계다. 30년 전 이 선대회장은 ‘신경영 선언’과 ‘애니콜 화형식’으로 초일류 삼성의 시작을 알렸다. 수성의 리더가 아닌 개척의 리더로서 이 회장의 신경영을 보여줄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