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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방대 진학한 젠슨 황





기자는 2년 전 미국 오리건주에서 국외 연수를 했다. 오리건주는 인근 캘리포니아주에 비하면 특별한 점이 없는 심심한 곳이다. 삼림이 풍성해 트래킹 장소가 많다거나 전설 속 괴생명체 ‘빅풋’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정도 외에는 소개할 거리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최근 오리건주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한 인물이 등장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젠슨 황은 오리건주 비버턴의 알로하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역 대학인 오리건주립대에 입학해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동부의 아이비리그 대학이나 서부 명문 스탠퍼드대 대신에 지역 대학을 택한 것이다. 그는 오리건주립대에서 평생의 반려자이자 연구실 동료인 로리 밀스를 만났고 현재의 엔비디아를 구축하는 실력을 닦았다.

젠슨 황의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한국은행이 제안한 대학 입시 제도 개선안이 과연 바람직한 대안이 될지 의문이 들어서다. 한은은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부동산을 과열시키고 지역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로 비례 인원을 배정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에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학을 성적순만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대입 제도의 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하지만 지역 우수 인재를 서울로 흡수하는 방식이 과연 현명한 대안이 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대학 서열화를 고착화하고 지방 대학의 위기를 부추길 수 있어 우려스럽다. 현재 지방 대학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데다 기업의 높아진 취업 문턱은 신입생 선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비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의무 채용 등 대안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방 소멸과 대입 문제에 공통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 명문대를 육성해야 한다. 영호남의 인재가 자신이 나고 자란 도시의 거점 대학에 입학하고 이를 자양분 삼아 성장하는 스토리가 나와야 한다. 젠슨 황의 성공 사례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젠슨 황은 세계적인 기업가가 된 후 자신의 모교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그와 그의 아내 로리는 2022년 오리건주립대에 5000만 달러(약 675억 원)를 기부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상세히 보도했고 오리건주립대는 미국 전역에서 한층 주가를 올렸다.

오리건주립대는 이제 스탠퍼드대나 메사추세츠공대(MIT)의 꽁무니를 쫓는 학교로 평가절하받지 않는다. 젠슨 황 부부의 기부로 설립한 ‘젠슨 앤드 로리 황 협력 창조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미래 기술을 주도하는 핵심 대학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서울대가 지역 인재를 모조리 흡수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역 비례 선발제가 아닌 지역 명문대 육성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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