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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작아서… 너무 커서… 못팔던 감귤, 와인이 되다

■제주양조장 가보니

새콤달콤하고 부드러운 맛 일품

2010 한일중 정상회담 건배주로

천혜향 이어 샤인머스켓도 준비

와인 숙성탱크 10배로 확대 추진

제주 감귤로 만든 ‘1950 감귤 와인’ / 사진제공=제주양조장




감귤의 고장, 제주. 제주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감귤 농장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감귤 생산 농가가 많아서다. 하지만 나무에 열린 감귤이 모두 시장에 판매되는 건 아니다. 제주도 감귤유통조례에 따르면 크기가 54mm 이하인 1~2번과 71mm 이상인 9~10번 감귤은 품질 관리를 위해 시장 판매가 금지된다. 다시 말해 너무 작거나 너무 큰 감귤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뛰어난 당도에도 시장 출하가 금지되는 감귤을 ‘제대로’ 사용할 수 는 없을까.

이런 고민 끝에 양조장을 만든 이가 있다. 바로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다.

10일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30여분 달려 제주양조장을 찾았다. 제주시 조천읍에 위치한 제주양조장의 생산 시설에 들어서자 3400ℓ 탱크 3개에서 감귤과 샤인머스켓이 발효되는 내음이 코를 찔렀다. 14일간의 발효를 마친 감귤 원액은 8년 간 숙성된 원액과 브랜딩 과정을 겨쳐 ‘1950 씨유앳더탑’ 감귤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1950은 제주도 한라산 정상의 높이인 1950m를 의미한다. 1950 감귤 와인은 2010 한일중 정상회담과 서울 G20 정상회의 2010 공식 건배주로 사용되기도 했다.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아 2010년 국내 최초로 감귤 와인을 만들었다”며 “시장에 상품으로 팔 수 없는 ‘비상품’ 감귤을 연간 40톤 정도를 수매해 750㎖ 기준 와인 4만 병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40톤이 아니라 4만 톤 정도는 써야 잉여 생산물 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를 할텐데”라고 덧붙였다.



박종명 제주양조장 대표가 제주 와인 생산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4만 병을 생산한 제주양조장은 올해 15% 증가한 4만 6000병을 생산할 계획이다. 3대의 탱크로는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리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내년에는 장소를 이전해 생산 시설 규모를 10배로 키울 예정이다. 1950 브랜드를 사용하는 제품 수도 3개로 늘린다. 지난해 천혜향 와인을 선보인 제주양조장은 내년 샤인머스켓 와인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감귤 와인은 과연 어떤 맛일까. 생산 시설 바로 옆에 있는 제주 와이너리로 자리를 옮겨 감귤 와인을 맛봤다. 감귤 와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마셨다면 특색 있는 포도 와인이라고 여겼을 정도로 감귤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새콤하고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었다. 천혜향 와인은 달콤한 맛이 입안을 감쌌다. 1950 감귤 와인 등은 지역의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된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상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박 대표는 “포도 산지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지듯이 감귤도 원물이 다르면 와인이 다른 맛을 낸다”며 “제주도 지역별로 작목반을 만들어 그곳의 감귤로 발효한 원액으로 브랜딩해 산지별 감귤 와인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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