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한 덤핑 의혹을 또다시 제기하자 향후 본계약과 유럽·아시아 등지에서의 추가 원전 수주에 악영향만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국민 사기극” “체코 원전 수주는 덤핑” “24조 원 수주는 사실상 거짓” 등의 발언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전남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체코 원전 수주는 대박이 아닌 퍼줄 것 다 퍼주고 뺏길 것 다 뺏긴 쪽박 난 사업”이라며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자금을 체코 정부가 자체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원전 조달 자금 24조 원 중 체코가 조달하겠다는 9조 원을 뺀 나머지 15조 원을 한국의 금융기관이 장기 저금리로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일방적으로 비난했다.
송재봉 민주당 의원 역시 24조 원 수주가 맞느냐고 질의한 뒤 “잭팟은 사실상 거짓이 아니냐. 이렇게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덤핑은 불법적인 무역 행위를 뜻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거액의 장기 저리 대출을 약속했다는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체코 측의 자금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의에는 “이런 대규모 인프라 수출에 있어 금융을 가져가는 것은 국제 관례”라며 “금융은 이자가 생기고, 수익이 생기는 곳에는 반드시 투자를 하게 돼 있고 (체코 측의 요청이 있다면) 우리 수출입금융으로도 할 수 있고 국제금융으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체코 원전 같은 대규모 사업은 국가 간 총성 없는 전쟁이고 정보 전쟁”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체코 정부는 물론 경쟁사들도 한국의 국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엄호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자해성’ 국감이 프랑스 같은 원전 경쟁국들만 유리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체코의 추가 발주를 포함해 루마니아·폴란드 등 원전 수주전이 줄줄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만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안덕근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덤핑 의혹에 대해 “체코 언론, 심지어 프랑스 언론에서도 (입찰)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체코에서 나온 예상 사업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수익성과 경제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덤핑 주장은) 삼성·LG·현대 등 (가격경쟁력을 갖춘 주력 산업의) 수출이 다 덤핑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산업위 국감에 참석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전력망 적기 확충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국가핵심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며 “필수 전력망 투자 재원 마련 및 전력 생태계 지속성 확보를 위한 (전기)요금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도 이날 “실무진에서는 당연히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빨리 정상화돼야 하는 상황인데 (인상) 시점과 수준의 문제(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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