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운용 과정에서 목적에서 벗어난 선물 매매로 13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낸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곧장 현장검사에 돌입하기로 했다.
1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이 ETF 관련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위법 행위 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11일 홈페이지 공시를 통해 ETF LP 운용 과정에서 13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봤다고 공시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같은 손실은 국내 증시가 폭락한 지난 8월 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이 증권사의 한 직원이 추가 이익을 내기 위해 장내에서 선물을 매매하다가 발생했다. ETF의 안정적 가격 형성 유도라는 LP의 본래 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거래 행위였다. 해당 직원은 이후 이를 스와프 거래(미래 특정 시점이나 기간을 설정해 금융 자산이나 상품 등을 서로 교환하는 행위)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했다가 회사 자체 강시망에 발각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직원을 내부적으로 조사한 뒤 관련 내용을 금융 당국에 신고했다.
신한투자증권이 공지한 손실 금액 1300억 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이 증권사의 연결 자기자본 5조 5257억 원의 2%를 넘는 수준이다. 금융투자업자는 금융 사고 등으로 인해 직전 분기말 자기자본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손실이 발생했거나 예상되는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개인 주식 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금감원이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투입해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투연은 이번 사고가 담당 직원의 사익 추구와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고 신한투자증권 회사 자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행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단발성 사고가 아니라 과거에도 조직적인 암묵적 동의 아래 유사한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한투연은 “신한투자증권 LP의 불법 선물 거래는 금융기관의 신뢰에 금을 가게 한 충격적 소식”이라며 “2개월이 넘는 동안 불법 거래가 이어져 왔음에도 내부 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와프 거래(미래 특정 시점이나 기간을 설정해 금융 자산이나 상품 등을 서로 교환하는 행위)인로 허위 등록까지 한 것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내부에서 쉬쉬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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