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14일 마감된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약 5% 이상을 추가 확보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초조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최 회장 측이 목표한 공개매수 물량 20%를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영풍·MBK는 의결권 기준 지분율이 약 48%에 이른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난 뒤 꾸준히 장내 매입까지 시도하며 지분율 과반 확보에 나서는 한편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영풍·MBK 측 인사는 장형진 영풍 고문 한 명뿐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이사 인원 제한이 없는 점을 노려 사외이사를 추가로 대거 진입시키는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사들을 해임하려면 주총 특별 결의로 가능한데 이 정도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총 특별 결의는 출석한 주주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영풍 연합은 이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아연 이사진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본다”며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장내 매수, 우호 지분 설득 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영풍·MBK의 지분은 이번 공개매수에서 5.34%를 추가 확보하면서 38.47%로 늘어난다. 기존 15.65%를 보유한 최 회장 측은 23일까지 함께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베인캐피털이 최대 2.5%를 인수한다고 해도 총 지분율이 18.15%에 불과하다. 그간 우군으로 거론돼 왔던 한화와 현대차, LG화학 등이 힘을 합친다 해도 지분율은 약 36.5%(의결권 기준 약 43%)다. 이들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줘도 영풍·MBK 측에 밀리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향후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입해도 의결권이 없다는 점도 불리하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최대 수량으로 17.5%를 제시한 상태인데 역설적이게도 자사주 공개매수가 더 많아질수록 영풍·MBK의 지분율이 과반에 가까워진다는 문제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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