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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톱니바퀴가 서너개씩 돌아가…학문에 진심인 천재”

■ 전성인 교수가 본 수상자

“아제모을루 명석하고 호기심 많아

세미나서 앞줄 앉아 거침없이 질문”

김두얼 교수 “로빈슨 꾸준하게 연구

인연없는 학자에 선뜻 연락 인상적”

사진제공=노벨위원회 홈페이지 캡쳐




“2000년께 연구 안식년을 위해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있었을 때 다론 아제모을루가 있었어요. 호기심이 많고 매우 명석한 사람으로 머릿속에서 톱니바퀴가 서너 개씩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1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제모을루 교수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MIT에는 유명한 연사나 원로 교수를 초빙해 여는 워크숍이 있었다. 어느날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아제모을루 교수가 시작하자마자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발표를 하던 노교수는 언짢아하면서 분위기가 나빠졌다. 발표는 어느 정도 듣고 질문을 해야 하는데 아제모을루가 중간에 잘랐다고 느낀 것이다.

분위기는 올리비에 블랑샤르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바꿨다. 그는 발표자를 배려하는 관행 같은 것은 “여기에서는 없다”고 아제모을루를 도왔다. 그만큼 호기심이 많고 학문에는 진심이었다는 얘기다.

아제모을루 교수가 MIT에 부임할 당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아제모을루 교수를 지적 호기심이 많은 학자라고 회상했다. 그는 “아제모을루 교수는 MIT 초기에는 직접 강의를 하지 않고 외부 교수들과 함께 여러 세미나에 참석하곤 했다”며 “항상 매일 앞줄에 앉아 궁금한 점에 대해 손을 들고 질문하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는 분석적 모형이나 수량 등을 바탕으로 한 계량분석학자인데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학자 등과도 어울려 사회의 내생적 제도 형성이나 이 제도의 경제적 영향 등을 함께 연구해왔다”며 “그래서 공동 수상한 것이라고 짐작된다”고 밝혔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임스 로빈슨 교수와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로빈슨 교수는 한국에 대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저에게 먼저 메일을 주셨다”며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 전혀 인연이 없던 학자에게도 직접 연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시 맺은 인연으로 2022년 서울대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법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 로빈슨 교수를 기조연설자로 초청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가 남아 있는 분위기였지만 로빈슨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해 각국에서 100여 명에 가까운 학자들이 운집했다.

김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 모두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확장한다”며 “능력이 뛰어난 것은 물론 논문도 상당히 많이 발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도와 경제 성장이 서로 관련 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통제된 실험이 불가능하고 인과관계를 구분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세 교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며 “세 사람의 논문은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경제학 논문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사이먼 존슨 교수도 학문에 대한 열정이 깊은 인물이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소득과 자산 불평등 기제 중 하나가 금융산업의 독과점인데 존슨 교수는 그 독과점 문제를 많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대표적 학자 중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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