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첨단 기술·자원 유출을 막는 수출통제 적발 금액이 3700만 달러(약 514억 원)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허가 없이 러시아로 향하던 고가의 요트·차량 등이 적발되면서 2020년대 들어 최대 규모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전략물자 수출통제 적발 건수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265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적발 건수는 2019~2020년 60여 건에서 2021~2022년 30여 건대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69건, 올해 1~9월 44건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적발 금액은 △2019년 2570만 달러 △2020년 2100만 달러 △2021년 1100만 달러 △2022년 600만 달러 △2023년 2080만 달러 △2024년 1~9월 378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적발 금액이 급증한 것은 러시아로 향하던 고가의 중고 요트·차량과 제트스키 등이 적발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현재 바세나르체제(VA) 등 국제 수출통제 체제의 원칙에 따라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 국가 안보를 위해 수출제한이 필요한 물품을 전략물자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전략물자는 무기뿐 아니라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물자나 기술을 총망라한다. 수출기업은 산업부 산하기관인 무역안보관리원으로부터 전략물자 해당 여부를 판정받은 뒤 산업부로부터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시 7년 이하의 징역과 물품 가격 5배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미중 갈등의 격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주요국의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점차 확산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대응 역량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부 무역안보정책관 인력은 34명에 불과하며 무역안보관리원의 인력까지 끌어와도 100명 안팎에 그친다. 554명인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170명인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에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관세청이 최근 사무관급 인력 1명을 산업부에 파견했지만 대규모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처벌 수위 역시 미국 등에 비해 여전히 경미하다. 이 때문에 전략물자 수출 위반 행위가 반복적·고의적으로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한 산업 안보 전문가는 “2019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이후 국내에서도 전략물자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정부의 관리 인력은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인 데다 법 집행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불법 수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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