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 공세에 시달리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고대역폭메모리4(HBM4)·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등 최신 기술로 인공지능(AI) 시대 메모리 패권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 양산할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 대신 기존 어드밴스드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 공정을 유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15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글로벌 서밋 2024’ 키노트와 패널 등을 통해 최신 메모리 기술을 소개했다. SK하이닉스는 ‘HBM의 다음 페이지’를 주제로 진행한 세션에서 2025년 하반기 HBM4를 양산하고 2026년 HBM4E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최근 ‘테이프아웃’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HBM4는 기존 MR-MUF 공정을 활용한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최근 HBM 관련 발표에서 함께 소개해왔던 하이브리드 본딩을 언급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연구는 지속 중이고 미래에는 적용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당장은 MR-MUF가 경쟁력이 높고 현시점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고객사에 최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 HBM4는 현 HBM3E 대비 대역폭이 1.4배, 메모리 집적도가 1.3배 늘어나는 한편 전력 소모는 30% 줄어든다. 또 2026년 선보일 HBM4E부터는 현재의 24Gb(기가비트)인 메모리 칩셋 용량을 32Gb까지 늘릴 계획이다.
메모리 용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CXL 신제품도 대거 소개됐다. SK하이닉스는 CXL을 적용한 CMM(CXL 메모리 모듈) DDR5 D램을 올 4분기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9월 연내 양산 계획을 밝히며 고객사 인증 작업이 진행 중임을 공개했던 제품으로 실제 납품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제품은 최대 128GB(기가바이트) 대용량을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연초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멤콘 2024’에서 소개한 CMM D램을 전시하는 한편 송택상 메모리사업부 D램 솔루션팀 상무가 키노트 무대에 올라 ‘AI 클러스터를 위한 상호 연결 및 메모리 확장’을 주제로 CXL 기술력을 소개했다.
셀당 4비트를 저장할 수 있어 용량이 더 큰 QLC 낸드플래시의 최신 동향도 공유했다. 삼성전자는 유연데이터저장(FDP) 기술로 QLC 낸드의 낮은 속도·수명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FDP를 적용할 경우 증폭계수(WAF)는 48% 줄고 속도는 90% 향상될 것으로 알려졌다. WAF는 실제 사용량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쓰는 현상으로 높을수록 수명과 성능이 저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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