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자국이 수입하는 식음료 제품에 대해 ‘할랄’ 인증을 의무화하면서 K푸드를 앞세운 국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슬림 최대 국가이자 ‘할랄 경제의 수도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자체도 매력적인 시장인 데다 이를 통해 말레이시아나 중동 같은 다른 국가로도 수출을 확대하기 용이해서다.
16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자국에 수입·유통·판매되는 식음료에 관련 인증을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할랄제품보장법이 5년의 계도 기간을 마치고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유통 매장에서 할랄과 하람(비할랄) 식품 매대도 구분된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한국의 수출국 가운데 금액 기준 1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중요한 국가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다’는 뜻이다. 이슬람교도가 먹거나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식품의 경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히 생산돼야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가마다 기준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돼지고기·개·고양이 등의 동물이나 이슬람식으로 도축되지 않은 짐승의 고기는 금지된다.
한국의 경우 식품 대기업을 중심으로 할랄 인증 의무화 대비를 마친 상태인 만큼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기준 인도네시아에 수출되는 국내 가공식품 중 95% 이상이 현지 할랄 인증을 취득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 수출 중인 품목 중 할랄 인증이 필요한 가공식품의 액수는 1억 21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중 인증을 취득한 수출액이 9790만달러로 95.9%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할랄보장청(BPJPH) 인증을 획득한 한국 제품 수는 3243개였다. 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에 이은 5위로 높은 수준이다.
대상은 종가 김치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전용 브랜드 ‘마마수카’ 브랜드의 대두유·옥배유·인스턴트커피 등 50개 품목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CJ제일제당은 인증을 획득한 제품을 김·김치·설탕 등 100여 종으로 확대했다. 농심은 10개 브랜드 40여 종 제품에 인증을 받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자흐스탄 등 40여 개 국가를 공략 중이다. 삼양식품은 2017년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일부 라면 제품에서 돼지 DNA가 검출돼 수입 허가가 취소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불닭볶음면에 대해 국내 라면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울라마협의회(MUI) 인증을 따내며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 SPC는 올해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 식품 전용 공장을 완공해 향후 진출할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공급할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국내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날개’를 달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소비자 조사 기관 포퓰릭스가 자국 내 무슬림 소비자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93%가 제품 구매 시 할랄 로고 인증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 꼽았다. 2위는 명확한 내용물 정보(90%)였다. 특히 인도네시아 MZ세대들은 한국 식품과 관련한 설문 조사에서 “할랄 제품이라면 무조건 도전하겠다” “먹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인기 스타가 된다”고 답해 K푸드에 대한 높은 호감도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할랄 인증의 확대가 무슬림뿐 아니라 다른 종교를 가진 해외 소비자들에게도 신뢰를 얻는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다. 엄격한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는 점이 위생상으로도 안전하다고 인식될 소지가 커서다. 한국할랄산업연구원 초대 회장을 지낸 장건 박사는 “할랄 인증은 신시장 개척을 위해 필수적인 절차”라면서 “중국 등지로의 수출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슬람권은 대안 시장으로서 중요도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마켓은 지난해 글로벌 할랄 식품 시장 규모가 2조 4474억 달러(약 3300조 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할랄 시장은 2030년 4조 5679억 달러(약 6235조 원) 규모에 이르기까지 연평균 9.33%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장 박사는 “방대한 무슬림 시장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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