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초전도체와 차세대 반도체 분야 난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액정 상태의 전자 결정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속에서 고체와 액체 특징을 모두 갖는 전자 결정 조각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교수팀의 연구 성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반도체 성능을 높이거나 초전도체 같은 신소재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질 속 전류, 즉 전자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가 물질 속에서 어떤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아야 한다. 전자는 보통 물질 속에서 기체처럼 자유롭게 떠돌아다닌다. 이 같은 기체 상태 말고도 고체처럼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전자 결정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196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유진 위그너가 밝혀냈다. 전자를 전자 결정으로 만든다면 더 효과적인 제어가 가능해 반도체와 초전도체 연구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전자가 고체 상태(전자 결정)와 기체 상태 외에 액체 상태는 물론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인 액정 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음을 추가로 밝혀냈다. 기존 전자 결정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던 다양한 신소재 분야 난제들을 해결할 새로운 실마리가 생긴 것이다. 특히 섭씨 영하 240도 이상의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고온 초전도체’ 구현에 이번 연구가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돼 전력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물질이지만 아직까지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구현돼 상용화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질의 점성이 사라지는 초유체 연구에도 응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2021년 알칼리금속을 도핑한 물질에서 액체 성질을 가진 전자 상태를 처음 발견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후속 연구를 통해 액정 성질을 찾았다. 연구팀은 방사광 가속기와 각분해광전자분광 장치를 이용해 전자의 에너지와 운동량을 정밀 측정했고 액정 상태의 전자 결정이 갖는 독특한 불규칙성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전자의 규칙적인 배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해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짧은 거리의 배열만 존재하는 제3의 전자 결정 상태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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