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시행되는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 제도에 대해 대다수 기업들이 비합리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가 17일 나왔다. 재해발생 원인과 동떨어진 작업까지 중지시켜 손해가 불어나게 할 뿐 아니라 시정조치를 한 경우에도 작업중지를 해제하는 데 과도하게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내 340개 기업을 대상으로 8월 21일부터 지난달 5일까지 진행한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 관련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기업의 61%는 고용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가장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던 업종은 건설업(73%)이며 제조업(59%), 기타업종(54%) 순이었다.
기업들이 작업중지 조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재해발생과 관련이 없는 작업까지 중지를 시켜서(44%)’였다. 생산중단으로 인해 기업피해만 커진다는 의견이 23%, 기업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견은 19%를 차지했다. 중대재해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14%였다.
기업들은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감독관 재량으로 실시될 수 있는 만큼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지 명령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고용부의 세부지침도 공개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경총은 “고용부의 작업중지 명령이 사업장 생산중단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지 명령요건에 대한 명확한 세부규정 없이 고용부 지침과 감독관의 재량으로 중지범위가 결정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작업중지 해제 절차가 복잡하다는 불만도 있었다. 작업중지 해제에 대해 불합리적이라고 생각한 기업 중 76%는 ‘반드시 해제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서’를 이유로 제시했다. 작업중지 명령 사유에 대해 사업주가 개선조치를 하면 중지명령을 내린 감독관이 현장을 확인 후 해제를 결정하면 되는데 현행법상 해제는 반드시 심의위원회를 통해서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중지 기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작업중지로 인한 손실액은 기업 규모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에 따르면 5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최소 1억 5000만 원부터 10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최대 119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기업들은 개선 사항으로 ‘작업 중지 해제심의위원회 폐지(53%)’를 우선적으로 제시했다. ‘작업중지 해제절차 간소화(52%)’와 ‘중지 명령 요건 구체화(49%)’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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