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20여 일 앞둔 14일(현지 시간) 영국 정부가 ‘투자 2035: 영국의 현대적 산업 전략’을 발표했다. 7년 만에 새로 나온 신산업 정책은 △경제성장 △탄소 제로 △경제 안보 및 회복력을 목표로 삼았다. 업종별로는 첨단 제조업과 에너지, 창의 산업, 국방과 디지털 기술, 금융과 생명과학 등이 핵심 타깃이다. 최소 58억 파운드(약 10조 2900억 원) 규모의 자본금을 갖춘 국부펀드(NWF)를 통해 철강(그린스틸)과 항만 등에 집중 지원한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과 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던 영국이 세계경제의 대전환기를 맞아 국가 주도로 제조업과 미래 산업 육성 대책을 꺼낸 것이다.
반도체 같은 국가 핵심 산업에 먹구름이 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도 파격적인 지원책을 포함해 최소 10년 이상을 내다본 산업 발전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주의의 원조인 영국조차 새 산업 정책을 내놓는 상황에서 민간을 단순 뒷받침하는 식으로는 글로벌 산업 전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뜻이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예전에는 보조금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은 줄 수 있으니 우리도 전략 산업은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며 “인공지능(AI)도 확산되고 있어 담대하게 신산업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시대가 저물면서 반도체 등은 국가 간 경쟁하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얼마만큼 잘하느냐에 따라 기업들의 결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의 생각도 비슷하다. 산업연은 최근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미국 주도의 국제 분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산업·통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업종별·권역별 30년 미래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위기감은 갖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미국 정치발 불확실성과 기술 주권 침해 우려가 커지는 지금은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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