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은 작가 한강의 노벨문화상 수상 이후 ‘중소 독립 출판사(small press publishing)’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시장성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형 출판사가 외면하는 한강 같은 작가의 중요한 작품을 발굴해 각국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독립 출판사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한강이 처음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알린 소설 ‘채식주의자’는 지난 2015년 영국의 포르토벨로 출판사를 통해 영어로 번역돼 출판됐다. 포르토벨로는 케임브리지대학 학생들이 발간한 정기간행물에 뿌리를 둔 독립 출판사 ‘그란타’의 산하다.
그러면 한국에서는 어떨까. 상황은 비슷한 듯하다. 영화 ‘전, 란’으로 주목 받은 배우 박정민은 최근 자신이 1인 출판사 ‘무제’(MUZE)를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 악물고 쳐다보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 애써 보지 않으려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의 출판사는 늘 적자”라고 말한 바 있다.
K컬처가 세계로 확산되고 덩달아 기업들의 이익도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 기획사와 독립 출판사, 지역 서점들은 여전히 어려움 호소하고 있다. 풀뿌리 문화 활성화와 K콘텐츠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육성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화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 예술 영화 제작지원 예산은 올해 70억 원으로, 지난해 117억 원에서 40%나 줄었다. 전체 영화 예산이 지난해 733억 원에서 올해 737억 원으로 제자리걸음 하면서 독립 영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중예산 부분의 확대로 전체 영화 예산을 829억 원으로 늘렸다고 해명했다. 덩달아 인디 밴드, 신인 뮤지션 지원 예산도 제자리 걸음이다.
소설가의 경우 문예지, 일간지 등을 통해 등단하더라도 이후에 들어오는 청탁 고료 외에는 수입을 얻을 곳이 없어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힘들다. 서점 운영 등을 포함해 작가들의 부업은 일상적인 일이다. 한 6년차 소설가는 “등단을 해도 전업작가가 될 길은 요원하다”며 “작가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작품 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광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문화의 핵심은 다양성으로, 제2, 제3의 한강이 나오기 위해서는 문학 시장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영화산업에 대해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세액공제를 출판을 포함해 모든 콘텐츠 분야로 확대하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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