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12개를 다음 달 상장하기로 한 가운데 같은 시기 2000억 원 규모의 정책 펀드까지 조성하기로 했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유관기관들과 ‘기업 밸류업펀드(가칭)’ 조성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거래소를 중심으로 금융투자협회·한국증권금융·한국예탁결제원·코스콤 등 5개 기관이 1000억 원 규모로 모펀드를 조성하고 민간에서도 같은 금액을 출자받는 방식의 펀드다. 민간 연기금 투자풀 주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이 모펀드 운용을 맡는다.
주요 투자 대상은 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지수 편입 기업들이다. 밸류업 공시를 했지만 지수에는 편입되지 못한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등이 포함된 밸류업지수를 공표한 바 있다. 이 지수는 최근 2년간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들어가고 밸류업 1호 공시 기업인 KB금융 등은 빠진 탓에 국내외에서 곧바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유관기관들과 펀드 조성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아직 각 기관의 이사회를 거치지 못한 사안이라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는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와 별도로 밸류업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ETF 9종과 일부 편입 종목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액티브 ETF 3종 등 총 12개 상품도 다음 달 상장할 예정이다. 밸류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운용하는 상장지수증권(ETN)와 선물 상품도 같은 시점에 공개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밸류업 상품들을 발표할 가장 유력한 시점을 거래소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자본시장 콘퍼런스’ 행사를 여는 다음 달 4일로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펀드가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 등 그간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한 기존 관제 펀드 사례를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가 아닌 거래소가 주도하는 펀드”라고 선을 그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