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다룰 가처분 소송 심문이 18일 열렸다. 이르면 21일 나올 법원 판결에 따라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또는 연기되거나 전격 취소될 지가 달려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가 지난 2일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신청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통상적인 주가 보다 비싼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임의적립금 사용을 주주총회가 아닌 이사회에서 결정이 가능한가 이다. 여기에 따라 인용, 부분 기각, 기각 등 3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앞선 1차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과 영풍 간 특별관계자 여부를 가리는 것이 쟁점으로 이번 2차와는 다르다.
우선 주당 89만원, 총 3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 자체에 대해 영풍·MBK는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한다. 고가 매수에다 특정 주주의 이익에만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고려아연은 이를 위해 약 3조1000억 원의 단기 차입을 했다. 반면 고려아연측은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전체 주주를 위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MBK의 입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아예 없던 일이 된다.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청하게 돼 베인캐피탈 공개매수도 함께 중단된다.
또 다른 쟁점은 임의적립금을 주총이 아닌 이사회에서 용도를 바꿀 수 있느냐 여부다. 임의적립금은 회사가 정관이나 주총 결의에 따라 임의로 마련하는 준비금을 뜻한다. 영풍·MBK는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에서 포함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주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자본시장법 특례 규정에 따라 상장회사는 이사회 지위로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사회 결의로도 가능하다고 본다면 자사주 공개매수는 예정대로 23일에 종료된다. 만약 주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경우에는 상황이 복잡해진다. 고려아연이 주총을 열어 해당 안건을 통과시켜야 하기까지 상당 기간 공개매수 연장이 불가피하다. 영풍·MBK 지분이 현재 살짝 앞서있는 구도여서 자칫 처리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
만약 법원 판결에 따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계획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다면 주가는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MBK측은 이때 장내 매입을 통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최윤범 회장 입장에서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자사주 매입이 늘어나는 만큼 MBK의 지분율이 높아지게 돼 마냥 좋아할 처지가 아니다. 영풍·MBK는 지난 공개매수를 통해 5.34%를 확보해 지분을 38.47%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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