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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적십자 인도장 금장 수상…40년 선행 공로 인정

40년 넘게 한센병 환자 도와

'이건희 컬렉션' 기증도 주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도

적십자 인도장 공동 수상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전 관장이 18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수상했다. 40여 년간 한센인을 돕는 등 재난구호와 사회봉사 관련 기부를 실천해온 공로를 인정 받았다.

적십자 인도장 금장은 인도주의 이념 구현과 적십자 사업 발전에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이다.

대한적십자사는 “1990년부터 34년간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으로서 봉사원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비 지원과 재난구호 및 사회봉사 관련 기부로 나눔을 실천해온 공로로 홍 전 관장에게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홍 전 관장은 40년 넘게 한센병 환자 거주 지역인 '성(聖)라자로마을'을 찾아 조용한 선행을 베풀고 있다.1980년 여성 불자들의 모임인 불이회 주관 한 강연에서 한센병 환자들이 쓴 약을 먹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환자들이 사는 곳을 파악해 약과 함께 먹을 설탕을 트럭에 한가득 실어 성라자로마을로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1981년부터는 마을을 직접 찾아 한센인들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참기름·식용유·햄·과일 등 선물을 전달해왔다. 공용 화장실 개축에도 수억 원을 후원했다.

성라자로마을돕기회 상임고문인 봉두완 전 의원은 과거 한 언론 인터뷰에서 홍 전 관장에 대해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생일인 1월 9일만 되면 조용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갔다”며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 전 관장은 2016년 출범한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이자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 적십자에서도 각각 운영 중인 한국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 창립회원이다.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은 해외 적십자와의 교류를 통해 국내 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대한적십자사의 인도주의사업을 알리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하는 바자회에도 10년 이상 꾸준하게 참여하며 직접 옷을 판매하는 '일일 점원'으로 활약했다.

이 선대회장이 남기고 간 '이건희 컬렉션'도 홍 전 관장 의지가 담긴 나눔 사례로 꼽힌다. 이 선대회장 유가족들은 2021년 개인소장 미술품 2만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당시 홍 전 관장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했다.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전남도립미술관·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했다.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 받은 박수근미술관이 위치한 인구 2만 명의 강원도 양구군에는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미술관뿐 아니라 주변 관광지도 크게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광화문 월대 복원을 위해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하기도 했다.

홍 전 관장은 올레재단에도 2007년부터 총 3억 원을 기부하며 '제주 올레길'이 세계적 관광지가 되는 데 기여했다. 홍 전 관장은 2011년부터 제주에서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해 농민들을 돕고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에도 기부금을 쾌척하고 전시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이날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도 홍 전 관장과 함께 적십자 인도장 금장을 수상했다. 1993년 장애인 보조견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고 현재까지 300마리의 안내견을 양성해 시각장애인에게 무상으로 기증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이 선대회장의 "인식을 바꾸는 문화적 업그레이드야말로 사회복지의 핵심이고, 기업이 사회에 되돌려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재투자"라는 철학에서 시작됐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에서 열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 이재용 회장과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이 애정을 갖고 추진했던 사업의 30돌을 축하하고 알리기 위해서였다. 30주년 기념식에서 홍 전 관장은 "선대회장님이 생전에 굉장히 관심을 두고 노력하던 사업이라 오늘 기념식을 봤으면 참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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