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에서도 SMR 건설 및 연구개발(R&D)을 확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1기(4개 모듈로 구성)가 반영돼 있는 SMR를 4기 정도까지 늘리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지만 야당이 원전 증설과 SMR 건설에 회의적이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제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가 5월 발표하고 지난달 정부가 공청회에서 재확인한 초안에는 2035~2036년에 필요한 신규 설비 2.2GW 중 0.7GW를 SMR 1기로 확보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대로 최종안이 확정될 경우 미개발 발전원이 전기본에 반영되는 첫 사례가 된다.
정부는 2023~2028년 6년간 3992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SMR인 ‘i-SMR’의 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한국이 개발 중인 SMR 노형은 용량이 모듈당 0.17GW로, 4개 모듈을 합한 SMR 1기의 용량은 0.68GW다. 정부는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고 2035년까지 모듈 건설을 완료해 실증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요국의 움직임은 더 빠르다.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설계 승인을 받은 원자력 스타트업 오클로는 2027년 SMR 상용화가 목표다. 한국과 비교해 8년가량 빠르다. 오클로는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투자한 곳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정부 일각에서는 SMR 건설 규모와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12년 동안 SMR 관련 인허가 사례가 2건에 불과하다. 2012년 대형 원전의 축소판인 스마트 원전에 대한 표준설계인가, 9월 진행한 스마트100 표준설계인가가 전부다. 이대로라면 SMR 상용화 시점이 미국보다 크게 늦어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주목받는 SMR 시장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SMR 시장이 2035년 630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야당의 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SMR 1기와 대형 원전 최대 3기 건설을 권고한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한 국회 보고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목을 잡기도 한다. 앞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SMR은 기존 경수로 원전과 유사한 듯하지만 구조 자체가 다르다. 정부는 짧은 기간에 SMR 시운전을 해보고 그 과정에서 안전성과 환경성을 다 평가한 뒤 바로 상용 운전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첨단 기술이지만 또 그만큼 위험할 수 있는 원자력에 대한 접근 방법으로는 굉장히 위험한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SMR 개발을 서둘러도 모자랄 판”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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