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을 사칭한 사이트가 최소 120명의 투자자를 상대로 40억 원 넘는 금액을 편취했다는 피해자 신고가 경찰에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9일 투자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신탁은행을 사칭한 한 사이트에서는 연이율 17.6%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특정 국가의 국영 석유회사의 채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월 1일 이자를 지급한다고도 안내한다.
이 은행은 2016년 서울지점을 설립하며 국내에 진출했으나 6년 만에 철수했다. 한국어로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인한 것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유튜브에서 해당 채권을 홍보하는 영상을 접하고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튜버들은 이 사칭 사이트를 통한 채권 구매를 유도했는데 관련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많게는 100만회가 넘는다. 투자자들은 유튜브 외에도 ‘해당 은행이 한국소비자만족도평가 1위를 했으며 해당 채권을 컨설팅하고 있다’는 내용의 소규모 언론사들 기사나 블로그의 수익 인증 글 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입금 후 사기가 의심되자 7일 이내에 채권을 해지하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안내에 따라 해지를 신청했다. 하지만 사칭 사이트 측은 '많은 사람의 요청으로 해지가 지연되고 있다'는 등 안내만 거듭할 뿐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서울 강서·중부·송파경찰서를 비롯해 경기 가평경찰서, 경북 구미경찰서 등 일선 경찰서들에 피해를 신고했으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 채팅방에 있는 이들은 120여명, 피해 금액은 43억 원이 넘는다. 인당 피해금은 100여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피해가 대부분 이달 초중순에 집중됐고 이 업체가 매달 1일 이자를 지급한다고 한 만큼 앞으로 피해 규모가 더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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