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 가운데 핵심 투자 지표인 목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시한 상장사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 실패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상장사가 그만큼 많은 것으로 해석하고 금융 당국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예고 공시 제외)한 기업 18곳 중 목표 PBR을 제시한 상장사는 신한지주(055550)·키움증권(039490)·콜마홀딩스(024720) 등 총 8곳이었다. 신한지주는 중장기 전략으로 PBR 1배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공시했고 키움증권은 3년 뒤까지 PBR을 1배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콜마홀딩스는 내년까지 PBR 0.7배를 달성하고 이후 이를 1배까지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PBR은 시가총액(주가)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다. PBR이 1배 미만이면 회사 주가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기업을 청산한 가치에도 못 미치는 상태를 뜻한다.
나머지 기업은 주주환원 강화, 실적 개선, 지배구조 개편 등에 밸류업 계획을 집중했다. 18개 상장사 모두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의 주주환원책을 내놓은 가운데 롯데칠성(005300)과 롯데쇼핑(023530) 등 6곳은 실적 개선 목표도 밸류업 계획이라고 내놓았다.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에프앤가이드(064850) 등 9곳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영역을 보강하겠다고 공언했다.
상장사들이 목표 PBR을 제시하기 꺼리는 이유는 자칫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상장사들은 밸류업 정책을 구체화하기 전인 지난 4월 거래소 측에 목표 PBR 달성 실패 시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 등의 조치는 부담된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PBR 목표 달상 여부를 두고 투자자들이 법적 다툼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상장사도 있었다.
업계는 당국이 더 많은 상장사들이 목표 PBR을 공시할 수 있도록 유인책과 안전판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목표 PBR을 제시하지 않는 공시는 결국 형식적으로만 밸류업에 동참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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