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에서 극소 미숙아까지 이어지는 감염 경로를 분석한 첫 성과가 나왔다. 갓 태어난 아기 중에서도 세균 감염에 취약한 극소 미숙아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 전략을 세우는 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윤실·안소윤 교수가 이끄는 신생아 연구팀은 2013~2020년 병원균이 확인된 산모에서 출생한 극소 미숙아 173명을 분석한 결과 감염 주요 경로와 감염에 영향을 준 요인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1500g 미만으로 태어난 극소 미숙아는 대개 면역 체계가 불완전한 탓에 세균 감염에 취약하다. 조산 및 감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패혈증 같이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산모에게 미리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갓 태어난 아기에게 항생제를 써야할 때도 있었다. 광범위하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산모에게는 항생제 내성, 아기에게는 여기에 더해 괴사성 장염, 신경발달 장애 등의 역효과를 우려해야 하는 문제도 벌어졌다.
연구팀이 극소 미숙아를 감염 그룹(45명)과 미감염 그룹(128명)으로 나눈 다음 산모의 혈액과 소변, 질에서 채취한 병원균을 확인한 결과 대장균이 30.6%로 가장 흔했다. 칸디다균(29.5%), B군 연쇄상구균(16.8%), 클렙시에라균(12.1%), 엔테로코커스균(11.6%) 등이 뒤를 이었다. 아기들도 대장균(35.6%)에 가장 많이 전염됐고 칸디다균(20.0%), B군 연쇄상구균(15.6%), 엔테로코커스균(15.6%), 클렙시에라균(8.9%) 등의 순으로 동일했다.
질은 가장 흔한 감염 경로였다. 대장균에 감염된 극소 미숙아의 30.2%는 출산시 산모의 질을 통해 감염됐다. 특히 산모의 혈액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경우 아기에게 100%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연구팀이 감염에 영향을 준 요인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산모의 백혈구 수치가 높거나 융모양막염, 자궁경부결찰술을 받은 이력이 있을 때 아기에게 감염 전파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구의 경우 혈액 내 수치가 1만5000/µL를 초과하면 아기 전파 위험이 2.62배 상승했고 태반의 융모막과 양막에 염증이 발생하는 융모막염이 있는 경우 10.54배나 올랐다. 조산을 막기 위해 출산 전 자궁경부를 실로 묶는 결찰술을 시행하면 감염 전파 위험이 4.44배까지 커졌다. 산모에서 아기로 균 전달이 된 그룹은 균 전달이 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사망률과 뇌실내출혈 발생률이 각각 3배,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가 출산 전 양막 조기 파열, 융모양막염의 과거력이나 자궁경부결찰술을 받은 이력이 있는지 여부와 백혈구 수치 등을 종합해 항생제 투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장 교수는 “극소 미숙아라도 출생 후 세균 배양검사나 염증 반응 등을 확인하고 신중하게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항생제의 남용을 막고 꼭 필요할 경우에 항생제를 써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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