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몽골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한국 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KPMG 몽골은 현지 경제가 고도화되면 은행 부문의 상장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관련 감사·자문 관련 인력을 적극적으로 보강하고 있습니다.”
20일 조상용(사진) KPMG 몽골 법인장은 서울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 경제 발달, EPA 체결 등을 계기로 함께 앞으로 한국 기업의 사업 기회가 더 크게 펼쳐질 수 있다고 자신하며 이 같이 밝혔다. KPMG 몽골은 한국의 4대 회계법인 가운데 하나인 삼정KPMG가 지난 2011년 설립한 곳이다. 해외 지역에 국내 회계법인의 자회사 형태로 존재하는 곳은 KPMG 몽골이 유일하다. 2022년 딜로이트 철수 이후 현재 몽골에는 KPMG 몽골과 PwC, EY 등 세 곳의 대형 회계법인만 영업하고 있다. KPMG 몽골에는 3명의 한국인 파트너를 비롯해 총 1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 법인장은 중국·베트남·인도 등 여러 사업장을 거쳐 2021년부터 몽골에 부임했다.
조 법인장은 “KPMG 몽골은 현지에서 가장 큰 회계법인”이라며 “여러 신흥국에서 한국 기업 진출을 도운 경험을 몽골에서도 살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조 법인장이 KPMG 몽골이 2019~2023년 5년 간 이미 연 평균 20% 정도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한 상황에서 한·몽골 EPA까지 체결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0~13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3차 공식 협상을 갖고 EPA 체결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KPMG 몽골의 매출은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36%나 증가했다.
조 법인장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도 국경 재개방을 예상하고 많은 인력을 미리 채용해 둔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며 “EPA 체결을 통해 한국의 수출이 보다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 내 여러 사업 기회 가운데 조 법인장이 당장 주목하는 부문은 소비재·산업재·금융 부문이었다. 그는 특히 몽골의 소득 수준에 맞춰 저품질 상품으로 승부하다가 퇴출된 외국 기업이 많다는 점을 들면서 고급 기술을 앞세워 진출하는 회사가 현지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조 법인장은 “광물 개발 산업은 국가 단위의 개입이 필요하고 사업 진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장기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4차 산업 기술과 이를 뒷받침할 금융 분야가 단기적으로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몽골도 도시 과밀로 교통 체증, 에너지 부족, 환경 오염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기적으로는 사회기반·건설 산업도 부각할 것”이라며 “거의 모든 영역에서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이다 보니 식품·화장품·의약품·건강식품·의료 장비·가정용 의료기기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도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법인장은 다만 기업들이 몽골에 진출하기에 앞서 현지 사람들의 특성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몽골은 한류라는 개념이 있기 전부터도 한국 콘텐츠를 소비했기에 우리 브랜드에 익숙한 국가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산이 무조건 통하는 나라도 아니다”라며 “시간 개념이 한국보다 빠르지 않는다는 점, 구두 합의보다는 서류 작성을 훨씬 더 중요시한다는 점, 자신의 성공을 희소한 물품으로 과시하기 좋아한다는 점,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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