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배터리 폐분리막을 의류용 소재로 만든 중소기업.’
독자 기술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소재를 생산하는 강소기업과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상생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소재를 재활용하거나 탄소 배출이 적은 소재를 공급하는 등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행보가 빨라지면서 친환경을 매개로 한 중소기업과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케미코첨단, 저탄소 신소재 선도
GS25 등 국내 대기업과 손잡아
GS25 등 국내 대기업과 손잡아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케미코첨단소재는 최근 국내 식품 대기업과 그릇용 소재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미국 등 해외에 수출되는 제품 용기 등에 해당 소재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소재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감량하는 고배율 발포 폴리프로필렌(PP)으로 스티로폼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소재로 생산된 용기는 기존 제품 대비 평균 플라스틱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각각 35%, 24%씩 감축된다. 2023년부터 GS25 편의점 도시락 용기로 공급된 이후 케미코첨단소재는 다수의 식품 업체와 협업을 논의 중이다.
배터리 폐소재는 의류로 재탄생
배터리 소재가 친환경 의류로 재탄생하는 데에도 중소기업의 역할이 컸다. 라잇루트는 전기차 배터리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폐기물을 기능성 원단으로 재활용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분리막을 수거해 의류용 소재로 변화시켰다. 이 소재는 땀에서 발생한 습기를 배출하고 비를 막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라잇루트의 기술은 국내에서만 연간 1만톤 이상 배출되는 분리막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라잇루트는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중국에 해당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으로 나일론을 추출하는 스타트업 넷스파도 대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일론·PP·폴리에틸렌(PE) 등 플라스틱 합성 섬유로 구성된 폐어망은 분리가 쉽지 않아 그대로 버려지거나 방치된다. 그 규모만 해도 전 세계 매년 120만 톤, 국내 4만 4000톤에 달한다. 넷스파는 자체 개발한 폐어망 전처리 기술을 통해 재생 나일론을 추출하는 데 성공해 효성티앤씨, LG화학, 삼양사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나일론 제품의 순도는 99.6%로 대기업은 이를 통해 기능성과 친환경을 충족한 소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도입하는 것은 해외의 환경 규제 강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대기업이 ESG 전략을 펼치는 주요 방안 중 하나로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신생 기업과의 협업을 채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정책 후진국으로 평가됐던 중국도 2025년까지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면서 “주요국의 규제에 대응하려면 대기업이 친환경 소재 적용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선 "비용절감 등 지원 필요"
다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친환경 분야 협업이 일반화되려면 비용 절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 대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이 당장 생산 단가를 낮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제조 공정 노하우를 적극 전수하는 등 협력사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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