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사장단 및 임원 인사과 예년과 같이 12월 초에 이뤄진다. 재계 일각에서는 올 들어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SK가 정기 인사까지 한달가량 앞당겨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인사만큼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고 쇄신을 이끌어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그룹 차원의 내부 지침을 내려 인사 시기를 못 박았다. 최고경영자(CEO)급 사장단과 임원인사를 12월 첫째 주 목요일인 12월 5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평직원 인사는 그 이후 이뤄진다. 12월 첫째 주 목요일은 SK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정기 인사 날이다. SK 고위 관계자는 “일부 사정이 있는 관계사는 일정이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날짜가 정해졌다”며 “인사 시기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나오면서 직원 동요가 생기고 있어 시기를 사전에 못 박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SK는 현재 미래 성장 동력에 힘을 싣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사업 재편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 들어 인공지능(AI) 에너지 솔루션 사업 대응,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 등을 목적으로 매출 100조 원 규모의 SK이노베이션(096770)과 SK E&S의 합병을 결정했다. 배터리 계열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의 3자 합병을 시도하고, SK에코플랜트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정을 위해 반도체 모듈 기업 에센코어와 산업용 가스 기업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SK렌터카에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 제조 업체인 SK스페셜티 매각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선택과 집중의 과정에서 인력 구조 개편은 불가피하다. 그룹 조기 인사설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하지만 SK 내부에서는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변화가 자칫 외부에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SK하이닉스(00066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주하는 등 주력 계열사가 중심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 인사를 한 달가량 앞당길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계획된 수순대로 진행해야 하지만 기업과 조직의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사는 기업의 메시지인데 조기 인사를 단행할 경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 라인으로 전해진 이번 지침에는 인사 규모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영이 부진한 계열사를 중심으로 10~20%의 임원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CEO급 인사 규모는 예년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제는 정기 인사보다 수시 인사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SK 측의 설명이다. 필요가 있다면 굳이 연말까지 기다릴 것 없이 즉시 조직을 개편하고 인력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SK에코플랜트의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가 그 같은 경우다. 경영지표가 악화된 SK에코플랜트는 임원을 66명에서 51명으로 줄이고 성장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조직을 신설했다. SK는 앞서도 5월과 6월 실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SK에코플랜트와 SK스퀘어(402340)(402340)의 CEO를 각각 ‘원 포인트’로 교체했다.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SK온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회사별로 신속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SK가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를 진행한 것도 올해 말 CEO급 인사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당시 SK는 2017년부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어온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60대 부회장단 4인방을 2선으로 물리고 50대 CEO를 전면에 내세웠다. 재계 의 한 관계자는 "SK의 경우 올해는 수뇌부의 큰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혁신을 추구할 수 있는 40∙50대 사장 발굴 등 성과 중심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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