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감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결손금 보전을 위한 목적이라 코스닥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전망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가 코스피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 상장 등으로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닥 기업의 ‘감자 결정’ 공시 건수는 11건에 이른다. 올 6월 5건, 7월 8건, 8월 8건, 9월 10건 등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이달 감자 결정 공시 11건 가운데 9건이 자본잠식 혹은 결손금 해소가 감자의 목적이었다. 결손금이란 영업 부진으로 인한 누적된 손실로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든 액수를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을 위한 감자는 주가에 호재지만 결손금을 메꾸기 위한 감자는 현 주주가 기업의 손실을 책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비엘팜텍은 18일 장 마감 후 ‘결손금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10주를 1주로 무상병합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올렸는데 이날 개장 직후 하한가를 기록했다.
결손금 해소를 위한 감자가 늘면서 코스닥 시장의 상장 자본금도 이례적으로 줄어들었다. 코스닥의 자본금은 이달(21일 기준) 22조 7206억 원으로 8월 22조 8840억 원, 9월 22조 7534억 원 대비 감소했다. 코스닥에서 2개월 연속 자본금이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코스피 시장의 자본금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자사주 소각이 늘어나면서 잠깐 자본금이 주춤했지만 신규 상장,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이 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결정하는 것도 코스닥 기업의 자본금이 줄어드는 한 원인일 수 있다”며 “감자 증가 등으로 코스닥 시장의 평판이 더 악화되면 연쇄적으로 코스닥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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