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연내 은행의 친환경 대출 기준을 담은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확정한다. 지침이 마련되면 탄소 배출이 적은 산업을 분류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포함된 기업에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친환경 대출 시장’이 이르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연말까지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 지침은 재생에너지·수소·암모니아 등 발전 부문, 산업 부문에서는 무공해 차량·철도·건설 등이 포함된 K-택소노미를 기반으로 한다.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에 금융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기업에 자금이 투자되는 이른바 ‘그린 워싱’ 우려로 친환경 투자나 대출에 소극적이었던 은행에 불확실성을 크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 당국은 녹색여신 관리지침에 고탄소 배출 기업들이 탄소 배출을 감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조선·항공 등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통해 (금융권의) 저탄소 전환 자금 공급을 독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기업금융 분야에서 친환경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녹색 채권과 금융투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친환경 투자가 은행의 기업대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친환경 대출 시장 본격화에 대비해 인프라 마련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K택소노미를 기업 여신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녹색 적합성 심사 체계와 전산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KB국민은행·신한·하나·NH농협·기업 등 대형 은행들은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를 거두면 최대 1%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지속가능연계대출’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특성상 탄소 배출이 적은 기업뿐 아니라 탄소 다배출 기업까지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에 상응해 금융 당국의 규제 수준도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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