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8.5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자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가 출산과 양육에 가장 필요하다고 꼽는 것이 육아시간 확보인 만큼 근로시간 단축제 활용을 늘릴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한 이들 가운데 남성 비율은 10.4%였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자 중 남성의 비율은 2013년 6%에서 2018년 14.4%까지 늘었지만 이후 조금씩 감소해 2022년 10.3%가 됐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8.5배 늘었다. 2013년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은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사실상 여성들만 사용하는 제도였던 셈이다. 이후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9년(21.2%) 처음으로 20%를 넘겼다.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28%에 달했다.
2013년부터 2023년 사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남성 사용자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육아휴직 제도에 비해서는 여전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44명에 불과하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남성 사용자 수는 2022년 2000명을 넘긴 뒤 지난해에는 2412명이 됐다. 같은 기간 육아휴직 제도 남성 사용자는 2297명에서 3만 529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남성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자 수는 육아휴직의 6.8% 수준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근로자들이 양육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됐다.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근로자가 원할 경우 근로시간을 주당 15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입 감소분 중 일부는 통상임금 기준으로 정부가 지원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사용 건수가 적고 여성에게 편중된 것은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직장 내 눈치 보기 때문에 신청이 쉽지 않아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8세 이하 자녀를 둔 취업자 부모 163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2.8%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모른다고 답했다. 육아휴직(7.7%), 출산전후휴가(9.6%) 등을 모른다고 답한 비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기업 규모에 따른 제도 인식 편차도 컸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5000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모른다는 반응이 0건이었으나 5~9인 사업체에서는 인사담당자의 35.3%가 제도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10~29인 사업체에서는 27.3%, 30~99인 사업체에서는 10.4%가 제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 홍보는 물론 급여 인상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라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출산·육아 관련 제도에서 남성의 이용률 저조는 통상 급여 부족 때문”이라며 “현재 급여 산정 기준의 상한선이 200만 원인데 정규직의 통상임금 수준을 고려해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육아휴직에 비해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잘 알려지지 않아 여건이 좋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도 잘 활용되지 않는다”며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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