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23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빈손 회동’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초대해 만찬을 가진데 이어 ‘한동훈 저격수’를 자처해 온 홍 시장을 따로 만나기로 하면서 ‘한동훈 고립 작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홍 시장을 만날 예정이다. 홍 시장은 전날 대구광역시 산격청사에서 열린 간부회의에서 23일 윤 대통령 면담 계획을 알리며 TK(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및 TK 행정통합 문제를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회동의 목적은 대구 현안 논의”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부산·울산·경남의 광역자치단체장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 등 지자체장들과의 소통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이번 만남도 성사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의 한 대표 견제 의도가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윤·한 회동’ 이후 당정 관계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한 대표의 3대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서 친한계는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접근 방식은 물론 여당 대표 홀대 등을 문제 삼으며 날 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만난 직후 추 원내대표와 별도의 회동을 가져 친한계로부터 ‘망신주기’라는 반발을 샀고, 한 대표는 22일 ‘번개 만찬’을 소집해 의원 20여명과 함께 세를 과시하며 응수했다. 친윤계와 친한계가 모두 ‘마이웨이’ 의지를 피력하는 한편 세 규합·결속에도 속도를 높이며 대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만남은 한 대표 측으로부터 ‘고립 전략’이라는 반발을 살 수 있다. 홍 시장은 그간 한 대표를 집중적으로 공개 저격하며 중앙 정치 무대에서도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한 대표를 “원조 ‘김 여사 라인’으로 벼락 출세한 사람”이라고 부르며 대통령실 인사 쇄신 요구에 대해 “참 어이없고 황당한 주장”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7·23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홍 시장은 당시 한 후보의 만남 요청을 거절하기도 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에 대해선 쓴소리를 삼가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은 총선 참패 직후였던 지난 4월 16일 한남동 관저에서 만찬 회동을 가진 바 있다. 두 사람은 당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국정 기조 및 인사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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