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태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사업부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기술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부사장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전자공학회 제7회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숍 세션에 참석해 “어느 기업이든 부침이 있지만 삼성 파운드리의 근원적인 기술력만 놓고 보면 경쟁사와 벽이 느껴지진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가 지닌 강점에 대해선 “회사끼리 경쟁할 때 덩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덩치가 있어야 연구개발(R&D) 비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포션도 작아지는 등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의 경우 메모리와 파운드리, 시스템LSI가 다 합치면 덩치가 다른 곳보다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설계와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운드리 분사 가능성을 일축한 가운데 현재 사업구조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언급한 것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수주 부진 등으로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적자 규모는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현재 테일러에 건설 중인 첨단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시점도 2026년으로 연기됐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올해 2분기 시장 점유율은 62.3%로, 삼성(11.5%)과의 격차가 50.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파운드리 공정 고도화 현황도 밝혔다. 우선 이른 시일 내에 차세대 부품인 세라믹 커패시터 적용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 부사장은 “(부품사와) 같이 얘기하고 이미 테스트 진행 중”이라며 “고성능컴퓨터(HPC)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수요처가 있다”고 말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과정에는 중장기적으로 3.5D 패키징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사 맞춤형 초고성능 메모리를 엑스큐브 패키징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액티브 인터포저 등의 첨단 기술도 적용된다.
현재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활용하고 있는 이미지센서(CIS) 사업의 경우 조만간 17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14나노 공정보다는 비용이 싸면서도 28나노보다는 파워 성능이 훨씬 좋다”며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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