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 주식공개(IPO) 시장의 대어(大漁)인 도쿄메트로가 상장 첫날인 23일 공모가격(1200엔)보다 47% 넘게 뛰며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했다. 이번 상장은 2018년 소프트뱅크 상장 이후 일본 내 IPO 중 최대 규모인 데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도쿄메트로는 거래 첫날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장중 1768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공모가 대비 47.3% 높은 가격이다.
앞서 도쿄메트로의 청약 경쟁률은 15대 1을 기록했다. 주관사인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기준으로 높은 배당수익률과 견조한 실적이 도쿄메트로 주식의 인기를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도쿄메트로는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기준 영업이익률이 20%로 교세이, 오다큐 등 다른 사철 기업보다 높은 편이다. 이토 타쿠 닛세이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적정 가치가 1600엔 정도인데 공모가가 너무 낮았다"며 "이 종목은 전형적인 배당주인 데다 방어주이기도 해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주식"이라고 평가했다.
철도 사업의 공공성으로 요금을 급격히 인상할 수 없고, 인구 감소로 수익을 추구하기는 어려워 성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주가가 1200엔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배당금과 주주혜택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상장이 올 1월 시작된 새로운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이후 첫 대형 상장으로 초보 투자자를 포함한 폭넓은 층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도 평가했다.
도쿄메트로는 9개 노선과 180개 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승객 650만명 이상을 수송한다. 이는 미국 뉴욕시 지하철 이용객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이번 상장은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보유한 이 회사 주식 지분 절반씩을 2027년까지 팔아 매각 수입을 동일본대지진 부흥 채권 상환 비용에 쓰도록 규정한 부흥재원확보법에 따른 것이다. 상장 전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이 회사 주식을 각각 53.4%, 46.6% 쥐고 있었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는 절반의 지분 매각 후 남은 주식을 당분간은 보유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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