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에 대항해 펼쳐온 자사주 공개매수를 23일 종료했다. 양측 지분율 격차가 더 좁혀진 만큼 이제 경쟁은 장내 매수로 옮겨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최종 마감에도 0.23% 오른 87만 6000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털과 이달 4일부터 20일간 최대 20% 매집을 목표로 진행한 주당 89만 원의 공개매수를 이날 마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장내에 남은 유통 지분율이 한 자릿수대로 줄었다고 보고 있다.
공개매수 1차전을 끝낸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경쟁이 2차전인 장내로 이동한 것은 향후 주주총회 표 대결을 대비하는 차원이다. 현재 영풍·MBK가 38.47%, 고려아연이 33~34%(재계 우군 포함 시)를 확보하고 있다. 베인캐피털이 이번 공개매수로 일부 지분(최대 2.5%)을 28일까지 취득할 예정인 만큼 양측 격차는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은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이사회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수에서 크게 밀리는 영풍·MBK는 최대한 빠르게 임시 주총을 소집해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풍·MBK가 임시 주총 소집을 신청하더라도 현 이사회가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최 회장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영풍·MBK는 법원에서 임시 주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고려하면 12월 중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MBK는 지난 공개매수 때 확보해둔 펀드 재원을 이번 장내 매수에 쓸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당시 최대 2조 5000억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었다. 다만 청약률이 미달하면서 약 9100억 원만 썼다.
고려아연 역시 올해 8월 한국투자증권과 맺어둔 400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 신탁을 우선 장내 매수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이 자사주 신탁은 1100억 원가량만 소진된 상태로 영풍이 지난달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한 뒤 가동을 멈췄다. 법원이 이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언제든 재가동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국내외 우군을 확보해 추가로 장내 매수하는 방안을 적극 알아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측 공개매수가 이날 모두 종료되면서 금융 당국의 관련 조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에 상대 측 시세조종 혐의에 대한 조사를 각각 요청해뒀다. 이날도 고려아연은 영풍·MBK에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혐의가 있다면서 금감원에 다시 한번 진정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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