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여행·항공 업종이 엔데믹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소비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견조한 회복을 보이면서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항공주의 경우 팬데믹 기간의 손실을 딛고 주주 환원을 재개하면서 주가 상승 폭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23일 뉴욕거래소에 따르면 ‘US 글로벌 제트(JETS)’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8월 5일(현지 시간) ‘블랙 먼데이’ 사태 이후 이날까지 34.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디파이언스 호텔 에어라인&크루즈(CRUZ)’ ETF는 28.19%, ‘ALPS 글로벌 트래블 베네피셔리즈(JRNY)’ ETF도 21.49%, ‘어드바이저셰어즈 호텔(BEDZ)’ ETF도 18.93% 올랐다. 해당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상승률인 12.82%를 상회하는 수치다.
JETS ETF는 항공기 제조 업체 및 공항 등을 포함해 여객 항공 산업에 투자하는 ETF다. 이날 기준 유나이티드항공(비중 12.68%), 델타항공(10.52%), 아메리칸항공(9.83%), 사우스웨스트항공(8.63%), 프런티어그룹홀딩스(4.36%) 등으로 구성됐다. CRUZ ETF는 호텔·항공·크루즈 전반에 투자하며 메리어트인터내셔널(8.00%), 로얄캐리비안크루즈(7.95%), 델타항공(7.90%), 힐튼월드와이드홀딩스(7.68%) 등을 담고 있다. JRNY는 여행 산업 전반에, BEDZ는 주로 호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여행 관련 서비스 업종이 강세를 보인 것은 최근 미국의 소비가 건실한 회복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노동통계국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4.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소득 격차도 덩달아 커지면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연평균 1만 5000달러 미만의 소득층은 전월 84.3에서 61.9로 하락한 반면 12만 5000달러 이상의 소득층은 114.9에서 116.4로 증가했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강력한 소비는 재화보다는 서비스에 집중돼 있다”면서 “올 들어 꾸준히 하락해오던 여행 수요 심리가 8월 들어 반등하고 카지노·항공 관련 업종 지수 역시 8월 이후 상승 폭이 확대되는 등 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여행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항공 관련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도 호재다. 유나이티드항공은 15일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3분기 실적 발표하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15억 달러(약 2조 724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스웨스트항공과 델타항공도 지난달과 5월 각각 25억 달러, 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 부담 완화, 프리미엄 수요 확대로 인한 운임 강세, 3분기 실적 발표 후 4분기에 대한 긍정적인 가이던스(전망치), 주주 환원 정책 재개 등으로 대형 항공사들의 주가가 최근 크게 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시장 예상대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3월까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하한다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준이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92.5%로 점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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