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훈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금융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이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고서 보완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면서 상장 일정이 기존보다 두 달 넘게 밀리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2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차세대 항암제’ 개발 기업 오름테라퓨틱에 증권신고서를 정정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의 정정 요청에 따라 오름테라퓨틱이 기존에 제출했던 증권신고서 효력은 정지되며 추후 정정 신고서 제출 시 15일간의 신고서 효력 발생 기간을 다시 거쳐야 한다. 오름테라퓨틱이 당초 다음 달 5~6일 일반청약을 거쳐 같은 달 중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계획이었던 만큼 일정에 다소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016년 설립된 오름테라퓨틱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기업 중에는 드물게 흑자(지난해 영업이익 956억 원)를 내는 회사다. 공모를 통해 최대 1080억 원(300만 주)을 조달하며 시가총액도 최대 7714억 원에 달한다.
보고서 정정 요청의 이유는 주요 고객사 현황 및 기술이전 계획 등과 관련한 정보를 더 구체화할 필요성 때문으로 알려졌다. 오름테라퓨틱 관계자는 “금감원 가이드라인을 상세하게 안내받으며 추가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고서 정정은 심사 당국과 기업·상장 주관사 간 물밑 조율을 통해 이뤄지기에 정정 요청은 IPO 시장에서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통상 일년에 1~2건 정도였던 정정 요청은 지난해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점점 늘어났다. 특히 주요 사업이 수주, 기술 개발 등인 기업들이 그 대상이 됐는데 이는 투자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폭넓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깐깐해진 신고서 심사가 주로 바이오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금감원의 공식적인 신고서 정정 요청은 총 7건인데 이 중 바이오 기업 관련이 오름테라퓨틱을 포함해 5건(디앤디파마텍·이엔셀·에이치이엠파마·쓰리빌리언)이다. 바이오 기업은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이나 기술이전 계약 등이 매출에 중대한 요소인데 특성상 성공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감원이 정정 요청을 하게 될 경우 정정 신고서 제출일로부터 효력 발생일을 재기산해야 해 기업 입장에서 자금 조달 시기가 늦춰진다는 부담이 있다. 지연 과정에서 달이 바뀌게 되면 지난달의 가실적까지 제공해야 할 수도 있어 신고서 정정에 시간이 더 걸린다.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헬스케어 기업 에이치이엠파마의 경우 최초 9월 초 상장 계획을 잡았으나 정정 요청을 두 번이나 받으면서 다음 달 5일로 상장일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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