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을 두고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미래 전략 투자의 일환으로 2012년 3조 4267억 원을 들여 SK하이닉스(옛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했다.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는 채권단 관리를 받으며 연간 2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부실 기업이었다. 그룹 내부에서는 무리한 인수합병(M&A)이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심했고 인수를 주도했던 SK텔레콤 주가가 폭락할 정도로 시장 반응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인수를 강행했고 하이닉스 인수 후에는 직접 공동대표를 맡아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 시장에서는 초기 투자가 뒷받침돼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수 초기부터 SK하이닉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메모리 전 분야에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2015년에는 M14를 비롯해 46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도 구체화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HBM을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HBM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룹 전반의 AI 반도체 투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 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82조 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3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올해 들어서 AI 반도체를 직접 챙기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올해 첫 현장 경영으로 1월에 SK하이닉스 본사인 이천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현안을 직접 챙겼다. 4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달 초 웨이저자 TSMC 이사회 의장(회장)과 잇따라 만나 AI와 반도체 하드웨어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고 6월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빅테크 수장들을 연달아 만났다. 최 회장은 이달 31일부터는 SK CEO 세미나에 참석해 AI·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각 계열사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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