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흥행 부진을 겪는 게임 서비스를 잇따라 종료하고 있다. 출시 1년도 안 돼 ‘조기 강판’된 게임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적 부진에 놓인 게임사들이 수익성 낮은 게임을 철수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게임사들은 서비스 종료로 이용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지만 ‘체질 개선’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24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112040) 계열사 위메이드플레이(123420)(구 선데이토즈)는 다음 달 30일 모바일게임 ‘스누피 틀린그림찾기’의 서비스를 종료한다. 2017년 11월 출시된 이 게임은 인기만화 피너츠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스누피, 찰리 브라운 등 캐릭터가 등장해 인기를 모았지만 흥행을 이어가기 어렵자 종료 결정을 내렸다.
위메이드플레이는 퍼즐 기반 모바일 게임 ‘어비스리움 매치’의 철수도 결정했다. 올해 1월 글로벌 출시된 게임인데 서비스 기간을 1년도 채우지 못하게 됐다. 위메이드는 2022년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의 국내 글로벌 서비스를 연내 마친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출시 반년도 안 된 게임의 종료를 결정했다. 6월 선보인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의 서비스를 다음 달 29일 종료한다. '배틀크러쉬'는 엔씨소프트의 장르·플랫폼 다변화의 상징이 됐던 게임이었지만 성적 부진 속에 조기 퇴출되는 운명을 맞았다. 엔씨소프트는 액션 게임 '프로젝트 E', 캐주얼게임 '도구리 어드벤처’, 인터랙티브 무비 '프로젝트 M', 메타버스 플랫폼 '미니버스’의 개발도 중단하기로 했다.
규모가 더 큰 게임 업체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다. 게임 업계의 ‘맏형’ 격인 넥슨은 지난해 말과 올 초 ‘베일드 엑스퍼트’와 ‘워헤이븐’을 각각 7개월, 4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넥슨 민트로켓은 올해 2월 대전 액션 게임 '웨이크러너' 개발을 접었다. 4월에는 모바일 액션 게임 '빌딩앤파이터'가 출시 6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서비스 범위도 한국과 대만으로 대폭 축소한다. 넷마블(251270)은 8월 ‘세븐나이츠'와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도 이달 말까지만 운영한다.
이처럼 게임을 종료하는 데는 실적 부진 속에 비용 효율화가 필수적이라는 게임사들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가뜩이나 시장 환경이 열악한데 생존을 위해서는 수익성이 낮은 게임을 조기에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메이드는 최근 3분기 연속 적자고 위메이드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손실 4억 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9%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가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인건비·서버 비용 등에 대한 부담으로 비용 효율화를 위해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잇따른 서비스 종료가 게임사 신뢰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웹젠(069080) '뮤 오리진'·'뮤 아크엔젤'·'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이용자들은 '웹젠 게임 피해자 모임'을 결성해 지난달 웹젠 본사 앞에 항의 문구를 담은 전광판 트럭을 보내는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언제라도 인기 없는 게임은 종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해당 기업 게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태영 웹젠 대표는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서비스 기습 종료 논란을 지적받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