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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닦인 'AI 도로'…기술 개발보단 활용이 더 중요"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태재대 총장·전 고려대 총장)

美 선도 원천 기술 매달리기보다

기존 것 활용 다른 분야 창조해야

법률·의료 등에 적용 혁신 이룬다면

韓, 미중 등과 '3대 강국'도약 가능

AI로 인류문명 또 한번 대전환 기대

걱정은 불필요…지배당할 일 없어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태재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AI위원회 출범 배경과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며 또 큰 도전 과제에 직면했습니다. 과거 종이와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 문명을 급격히 변화시켰고 지금 우리는 그와 같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염재호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의 출현 및 활용은 각 국가별로는 나라를 크게 개조하고 사회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이며 세계적으로는 인류 문명사의 대전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제19대 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개교한 태재대의 초대 총장을 맡고 있다. 앞서 그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과학재단 이사 등을 역임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태재대는 4년제 사립대학으로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이 사재 30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21세기형 미래 혁신 학교다.

염 부위원장은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태재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특징 중 하나는 학생 선발 시 시험 성적이 아닌 면접으로 뽑고 면접관이 AI라는 것”이라면서 “태재대의 학생 선발 및 학습 방식이 AI 활용을 선도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는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과 염 부위원장,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을 포함한 주요 부처 장관급 정무위원 10명, AI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3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염 부위원장은 “국가AI위원회는 우리나라가 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비전으로 출범했다”며 “지금 세계의 AI 전문가들이 꼽는 AI 강국을 보면 미국·중국·싱가포르·영국·프랑스·한국 순인데 우리가 더 노력하면 3대 강국 진입이 불가능하지 않고 도전할 만한 과제”라고 위원회 출범 목표와 역할을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따라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의 발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AI 기술력이 세계 6위에 위치했지만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을 비롯해 금융·법률·의료·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 부위원장은 “법률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면 판례 분석을 도와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의료 분야에서는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분석은 AI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염재호(오른쪽) 국가AI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국가AI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한국의 AI 발전과 관련해 무리하게 특정 원천기술 개발에 매달리기보다는 기존 AI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며 이를 고속도로에 비교했다. 염 부위원장은 “지금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미국이 고속도로를 잘 깔아 놓은 셈인데 우리가 굳이 또 도로를 건설할 필요는 없다”며 “그 고속도로 위를 사고 없이 빠르고 안전하게 잘 달릴 수 있는 자동차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를 또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례로 구글을 비롯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또 클라우드를 만들 게 아니라 기존 것을 활용해 다른 것을 창조해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신할 만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AI 전문가들도 이런 목소리에 동참하고 있고, AI에 지배당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린 영화나 소설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염 부위원장은 그리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100여 년 전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빠른 속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보다는 흉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며 “하지만 지금 우리는 자동차와 경쟁, 즉 달리기 경주를 하지 않고 이를 잘 활용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편리한 교통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게 브레이크이듯 AI에도 자동차와 같은 제어 시스템을 장착하면 통제가 가능하다”며 “우리 인류는 그리 허술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발명하면 이를 활용해 문명을 발전시켰다. 지금 또 그 시기가 온 것이고 우리는 AI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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