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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는 과학인가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올해 노벨상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한국은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선정 소식에 들썩였지만 세계는 AI가 과학계까지 장악했다는 사실에 더 크게 놀라워했다. 특히 전문가들 사이에는 AI로 노벨상을 타는 건 시간이 좀 더 흘러야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AI가 엄격한 의미의 과학인지, 믿을 만한 기술인지 등 AI를 둘러싼 많은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벨상위원회가 물리학상에 인공 신경망 개발을, 화학상에 알파폴드를 선정한 것은 AI가 미래 과학의 핵심 분야임을 분명히 확인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AI와 과학 사이의 긴장 관계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과학은 체계적 증거와 검증을 거쳐 믿을 만한 지식을 찾는 일이다. 물론 과학이 진리는 아니다. 우리가 옳다고 믿었던 과학적 지식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지식으로 계속 대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과학은 현시점에서 인간이 믿을 수 있는 최선의 지식과 설명을 제공한다. 만약 데이터 학습을 통해 AI가 얻은 지식이 과학적이라면 사람들은 AI를 믿고 사용할 것이지만 현재 AI는 과학과 경험의 중간쯤에 와 있다. 과학성과 비과학성이 섞여 있는 상태여서 많은 오류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



인공 신경망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탄 제프리 힌턴은 2012년 AI의 오랜 난제였던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문제를 풀었다. 이 쉬운 일이 난제가 됐던 것은 사람은 누구나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만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힌턴은 인간이 과학으로 풀지 못하는 일을 AI가 수없이 많은 고양이 데이터를 학습해서 풀어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여기서 AI의 과학성과 비과학성이 혼재한다. AI가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은 분명 최고 수준의 과학적 업적이지만 그렇게 얻어진 지식은 과학이 아니라 경험에 입각한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비과학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AI는 아주 유용한 도구다. 인간이 과학으로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오랜 시간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지식을 누구든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결국 AI를 사용할 것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AI의 비과학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AI에 회의적인 사람들은 AI의 발전 속도를 늦추거나 활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반대로 AI가 가져다주는 수많은 이점을 생각하면 비과학성은 AI를 회피할 이유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24년 노벨상위원회가 많은 논쟁에도 불구하고 AI를 전격 수상자로 선정한 의미도 여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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