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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0.1% 성장…올해 2% 중반대 성장 '빨간불'

수출 부진에 전망치 크게 밑돌아

올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 커져





올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한국 경제가 3분기에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경기 침체의 문턱에 섰다.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인데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기업별로 굴곡이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와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글로벌 복합 위기가 겹쳐 올해 성장률이 2% 안팎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4면

한국은행은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은의 8월 전망 및 시장 예상치인 0.5%에 크게 못 미친다. 2분기 연속 역성장에 따른 기술적 경기 침체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고용과 체감경기를 고려하면 사실상 침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 부진의 원인은 수출이다. 자동차와 화학제품 중심으로 2분기 대비 0.4% 감소했다. 한국GM 파업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이 이유로 꼽힌다. 특히 순수출(수출-수입)의 3분기 성장 기여도가 -0.8%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자동차와 2차전지 등 화학제품 수출이 부진했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수출 증가율도 2분기보다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 역시 2분기(-1.7%)에 이어 3분기(-2.8%)에도 뒷걸음질쳤다. 민간소비(0.5%)와 설비투자(6.9%) 등 내수가 반짝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체적인 경기 둔화 흐름을 막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미 국채금리 급등세도 부담이다. 한은 역시 올해 전망(2.4%) 달성이 어렵다고 밝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 펑크 30조 원에 미국 대선, 북한 파병 이슈까지 겹치면서 4분기 내수와 수출 모두 개선의 여지가 적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설비투자와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가시화됐지만 건설이 부진한 가운데 내수 회복 과정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수출이 조정 받으면서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향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내수·민생 대책의 집행을 가속화하고 미 대선, 주요국 경기, 중동 정세 등 대내외 여건을 면밀히 점검해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내수 부문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마저 앞으로 성장세가 약해질 수 있어 올해 2% 중반대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입을 모은다. 미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의 성장률 예상치는 2.6%, 국제통화기금(IMF) 2.5%, 한국은행 2.4%다. 한은 수치를 기준으로 해도 올해 2.4% 성장하려면 4분기 GDP가 전기 대비 1.2%를 기록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4분기 1.2%도 쉽지 않은 수치로) 현재로서는 잘해야 연간 경제성장률이 2.3%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문별로 보면 내수는 뾰족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의 한 축인 민간소비(0.5%)는 올 들어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투자가 계속 부진하다. 건설투자는 2분기(-1.7%)에 이어 3분기(-2.8%)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설비투자는 3분기에 6.9% 늘었지만 앞서 1분기(-2.0%)와 2분기(-1.2%)는 좋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경기에 모멘텀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내수는 4분기에도 계속 안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분기부터는 수출 증가세도 어느 정도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해 10월부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누렸던 기저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PC 부문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와 중국의 저성장 리스크까지 겹치는 모양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했다.



10%의 보편 관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수출 동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진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해결을 한미 통상 현안 중 최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고용도 걸림돌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올해 연간 취업자 23만 명 증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까지의 고용동향을 보면 4분기 월간 평균 취업자가 30만 명은 넘어야 23만 명이 된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7월부터 1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수 부진이 고용시장으로 번지면서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전반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올해 29조 6000억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정부에서는 조만간 자영업자 대책을 발표해 내수 부양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탄’이 많지 않다. 김홍기 한국경제학회장은 “지금 한국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모두 마음대로 펼치기 힘든 국면”이라고 해석했다.

진퇴양난 빠진 한은, 금리 고민 더 커졌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사실상 경기 침체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지만 불안한 환율과 미국 대통령 선거, 가계부채 등은 한은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24일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며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부진으로 한은의 올해 성장 목표인 2.4%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 “수출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 인공지능(AI) 호황에 첨단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올 초) 수출 증가율이 급증했지만 반도체 사이클의 변동성은 위험 요소”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내수를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70원 이상 급등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오르고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 둔화와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다.

부동산 역시 변수다. 최근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수치로 이를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미 대선 이후 글로벌 정세가 급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은 입장에서는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통위원 5명이 3개월 내 동결을 제시했는데 이후 달라진 건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 피크아웃 우려 등 모두 금리 인하와는 거리가 먼 요인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음 달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금리 인하 실기 논쟁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를 봐야 한은의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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