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잎들이 점차 빨강·노랑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여행 업계가 분주해졌다. 가을을 만끽하고 싶지만 일정상 해외에는 가지 못하는 고객들을 겨냥해 업계가 이색 상품으로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까지 가을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행객들 역시 ‘단풍 맛집’으로 유명한 호텔, 수목원의 입장권, 숙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비밀의 은행나무숲’은 입장권을 지난 18일 선착순으로 입장권을 판매해 2분 만에 매진됐다. 에버랜드가 1970년대부터 놀이공원 인근인 포곡읍 신원리 일대 15만㎡에 조성한 숲으로 산림녹화를 위해 은행나무 약 3만 그루를 심었다. 이 숲은 기업과 단체 행사로만 사용됐고 일반 개인에는 공개하지 않아 자연 그대로 보전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50년 넘게 베일에 싸여있던 곳이 처음으로 개방된 데 따라 여행객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내달 10일까지 매주 금~일, 9일간 하번에 30명씩 하루 3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은행나무 군락지 트레킹, 숲 체험, 호암미술관 관람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간 가을마다 ‘광클 경쟁’을 일으켰던 곳은 곤지암리조트 내 조성된 생태수목원 ‘화담숲’이었다. 화담숲은 내장단풍을 비롯해 아기단풍·산단풍·고로쇠·복자기 등 400여 품종의 단풍을 볼 수 있어 매년 인기가 높다. 올해 역시 지난 9월 말 화담숲 입장권의 사전 예약이 시작된 지 한 시간도 채 안 돼 주말 입장권이 매진됐다.
곤지암리조트 측은 “올해는 지난 3월 개관한 복합 문화 공간 화담채에서는 분재 팝업 전시인 ‘화담정원’도 진행한다”며 “단풍과 함께 화담숲이 소장하고 있는 소나무·소사나무·철쭉 등 희귀 분재 12점과 최원서·권지영 작가의 조형 작품 10점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풍 맛집으로 유명한 호텔들의 예약도 속속 차기 시작했다. 북한산을 마주하는 파라스파라 서울 측은 “주말은 이미 예약이 다 찼다”며 “2~3개월 전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해 이달 들면서 예약이 빠르게 찼다”고 전했다. 남산에 위치한 그랜드 하얏트 서울 또한 이달 평균 투숙률이 평일은 95%, 주말은 100%로 집계됐다. 아차산을 낀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객실 점유율이 65%로 집계됐다.
호텔들은 가을 풍경 외에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파라스파라 서울은 올해 처음으로 투숙객 대상으로 ‘스탬프 탐험대’를 운영한다. 투숙객들이 600년 된 은행나무 등 리조트 내 유명 장소를 찾아 도장도 찍고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모든 장소를 찾아 도장 찍기 미션을 달성한 고객에게는 텀블러·손수건 등을 제공한다. 워커힐은 아예 전문성을 갖춘 숲 해설로 가을철 인기가 높다. 워커힐 호텔에 소속된 요가·수영 등 분야별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워키’ 직원들 중 숲 해설가 자격증을 가진 워키가 매일 아침 한 시간 동안 투숙객과 함께 산책하며 숲에 대해 설명해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풍을 볼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해당 기간에는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색 인증 사진을 찍어주고 도토리로 장식품을 만들어주는 등의 이색 체험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