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푸드테크 기업들이 중동이나 유럽 등지에서 현지 생산까지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싶습니다.”
글로벌 투자사 ‘HiTi(Healthy Innovations Technology Investment)’의 창립자인 레이먼드 셰플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CJ제일제당이나 신세계푸드 같은 대기업들이 우수한 연구개발(R&D)센터와 제품력, 마케팅 역량까지 갖췄지만 중동이나 유럽 지역으로 진출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HiTi는 아랍에미리트(UAE)에 본사를 두고 푸드테크 관련 사업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자산 규모는 약 10억 달러(1조 3800억원) 수준이다.
이번 방한을 통해 HiTi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 범위를 대폭 늘렸다. 셰플러 CEO는 “오늘 동화약품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면서 “아부다비에서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현지 생산해 중동·아프리카·유럽 등지로 수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될 ‘감미 단백질’로 CJ제일제당을 포함한 국내 식품업체들과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협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같은 내용으로 아이스크림 생산업체와의 협력도 가능성을 열어 뒀다. 감미단백질은 설탕보다 4000배 달면서도 부작용은 최소화한 대체 식품으로 꼽힌다.
이 밖에 한국에 공장 설립도 타진하고 있다. 셰플러 CEO는 “한국에서도 공장 설립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있기에 24일 김관영 전라북도 도지사를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헬시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세계 각국 푸드테크 전문가들과 관련 산업 전망을 논의했다. 이 콘퍼런스가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셰플러 CEO는 “한국은 연구개발 생태계가 탄탄하게 조성돼 있다”면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드테크는 식량 자급과 환경, 건강 문제를 해결할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다. 다만 전통 식품기업에게는 기존 시장을 잠식할 ‘잠재적 위험 요소’로 인식된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동물성 육류를 생산하던 기업들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으로 진입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셰플러 CEO는 “식물성 대체육 사업에 진출해 오히려 동물성 육류보다도 더 많은 매출을 내고 있는 독일 ‘뤼겐발더’의 사례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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