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찾은 충북 청주 엠플러스(259630) 2공장. 2차전지 장비를 제조하는 강소기업인 엠플러스 연구진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와중에도 여러가지 신형 제품을 개발하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제품은 차세대 조립 장비로 분당 600장의 극판을 쌓는 성능을 갖출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중이었다. 엠플러스는 배터리 셀 내부에 들어가는 양극판∙음극판을 안정적이면서도 빠른 속도로 쌓을 수 있는 기술 특허를 보유했다. 고강호 연구소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배터리 가격 인하가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터리 생산 속도 개선이 장비 업체들의 급선무가 됐다”면서 “고객사 요청에 따라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인 분당 300장의 적재 속도를 2배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장비 생산성을 더욱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엠플러스는 미래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장비에도 도전하고 있다. 올해 2월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용(파일럿) 장비 6종을 수주했으며 개발을 거쳐 올해 말 미국 고객사로의 납품을 앞두고 있다. 6종 가운데 프레스 장비는 배터리 부피를 줄일 수 있도록 1000톤 수준의 높은 압력을 가하면서도 균일한 두께를 보장하는 정밀한 기술을 탑재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만큼 리튬이온배터리보다 훨씬 더 높은 압력으로 눌러야 완성이 가능하다. 고 소장은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미래 배터리로 주목받는 리튬메탈 배터리용 장비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다수의 기업들과 공급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주 공장에는 다양한 차세대 장비를 개발·제조할 수 있도록 드라이룸이 갖춰져 있다. 드라이룸이란 수분 제거를 목적으로 구성된 공간으로 작은 접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터리 관련 물질의 성질을 고려해 설계됐다. 신형 장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폭발이 발생하기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엠플러스가 다양한 신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20년 이상 축적된 2차전지 장비 기술력과 전문성에 있다. 전체 직원의 약 60%를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으로 두고 있으며 매출의 5% 수준을 R&D에 투자해 왔다. 선행 기술을 주도해온 고 소장은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자동차 전문가이기도 하다. 엠플러스는 국내외에서 79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1년간 18건의 신규 특허를 등록했다. 이를 통해 SK온,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해외로 고객사를 확대 중이다.
배터리 업황이 악화된 지금이 오히려 R&D에 더욱 매진해야 할 시기라는 게 고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2~3년 전 회사가 어려웠을 때 개발한 신형 장비가 이후 회사 성장에 큰 보탬이 됐다”면서 “현재 개발 중인 미래 기술이 퀀텀 점프의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캐즘의 추세가 어떻게 보면 소재·부품·장비 업체의 옥석이 가려질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제품 품질에도 더욱 신경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 요구에 맞는 다양한 2차전지 장비를 제조하는 데 힘쓰며 2030년에는 1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게 엠플러스의 목표다. 지난해 매출액은 3400억 원이었다. 실적 확장을 위해 새 공장 증설도 추진 중이다. 본사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청주 센트럴밸리 산업단지에 지어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