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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블루월' 또 무너뜨릴까, '샤이 해리스'가 대세 바꿀까

[美 대선 일주일 앞…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민주 텃밭서 지지율 우위

히스패닉 지지세도 급속히 늘어

경합주 7곳 싹쓸이 가능성 솔솔

해리스는 중도층·여성 결집 기대

공화당 내 온건파 등 집중적 공략

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미셸 오바마 여사가 26일(현지 시간) 미시간에서 공동 유세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리가 이번 선거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당신의 아내, 어머니, 딸이 무고한 희생자가 될 것입니다.”

26일(현지 시간) 미 대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미시간 유세장에 등장한 미셸 오바마 여사는 남성들을 향해 “여성의 삶을 진지하게 여겨달라”고 호소했다. 낙태권 문제를 전면에 부각하며 여성 표를 결속하고 해리스 지지세가 약한 남성들을 설득하려는 안간힘이다. 대선 막판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가 확연해지자 해리스 측은 유색인종 남성들과 온건한 공화당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선거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경합주를 중심으로 불꽃 튀는 유세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미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트럼프의 우위가 이대로 굳어져 ‘블루월(Blue wall·푸른 벽)’이 다시 무너지느냐, 히스패닉·흑인 표의 반란이 일어나느냐, ‘샤이 해리스’가 등장해 대세를 바꿀 것이냐 등이 주요 쟁점이다.

◇블루월 또다시 무너지면…美 지각변동=“블루월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미국의 정치 지형 자체가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 DC의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같이 진단했다. 블루월은 민주당의 상징인 푸른색을 딴 명칭으로 7대 경합주 가운데 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3곳을 일컫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지역이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로 전락한 후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를 파고든 트럼프가 2016년 공화당 후보로는 1992년 이후 최초로 3곳을 싹쓸이했다.



현재 블루월에서 트럼프와 해리스의 지지율 차이는 1%포인트가 채 되지 않는다. 선거 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모두에서 트럼프가 0.2%~0.6%포인트 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공화당 세가 강한 선벨트 4개 주에 더해 블루월 3개 주까지 트럼프가 모두 싹쓸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미 정치권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블루월에서 민주당이 두 번에 걸쳐 패배한다면 이는 양당 간 지역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며 나아가 미국의 경제 외교 정책 등에 있어서 트럼피즘이 가속화하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히스패닉의 반란…트럼프로 돌아서나=미국 유권자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계층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1970년대 이후 대부분의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월등히 높은 비율로 지지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트럼프 지지세’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불과 수천, 수만 표의 차이로 이번 대선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구의 20%에 육박한 히스패닉계의 표심이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와 입소스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남성 사이에서 민주당의 우위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이달 2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된 조사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46%, 트럼프는 44%로 격차가 2%포인트에 불과했다. 4년 전 같은 기간 조사에서 조 바이든과 트럼프의 격차가 19%포인트에 달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앞서 시에나대와의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히스패닉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에 대한 지지는 위험할 정도로 낮다”고 지적했다.



히스패닉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것은 경제와 이민 문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정부 내내 지속된 인플레이션은 미국 내에서도 상대적 저소득 계층인 히스패닉들을 강타했다. 특히 블루칼라 히스패닉 남성들과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 사이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이 히스패닉과 흑인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미시간 유세에서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우리는 일본과도, 중국과도, 한국과도 경쟁해야 한다”며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고 미국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만 (기존) 21%의 법인세를 15%로 인하하는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이 해리스’ 등장에 희망 거는 민주=전반적으로 열세에 놓인 해리스 캠프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샤이 해리스’가 등장할 가능성에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있다. 트럼프를 싫어하는 공화당의 온건한 유권자, 낙태권 문제에 예민한 여성들이 해리스가 마지막까지 공략하는 그룹들이다.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는 바버라 콤스톡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조용히 해리스에게 투표할 침묵의 여성그룹이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2022년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결집력을 증명한 선거였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는 ‘레드웨이브’가 예상됐지만 선거 직전 있었던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등에 대한 반발로 중도층과 여성들이 결집하며 민주당이 선전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와 맞섰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지지한 그룹의 표심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해리스 입장에서는 그들이 반(反)트럼프 투표를 해주길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여론조사기관들은 ‘샤이 해리스’보다는 ‘샤이 트럼프’의 존재에 무게를 싣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승리로 이끌었던 결정적 요인이다. 미국 내 저명한 통계 전문가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 지지층에서 여론조사에 무응답하는 비율이 더 높다면서 현 여론조사에 트럼프의 지지세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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