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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의 가격 15년 전보다 내렸더니…불황 속 매출 '역주행'

로고·화려한 포장 없이 가격 낮춘

스파오 ‘웜테크’ 판매량 두 배로↑

난방비 부담 커지자 원가 혁신해

내의 값 인하는 판매 실적도 견인

무신사도 5년째 내의 100원 행사


장기화되는 고물가 국면에서 가격을 15년 전보다도 낮춘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 내의류가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가고 있다. 로고가 없고 포장도 화려하지 않지만 가격대를 크게 낮춘 특성이 젊은 연령대 소비자들에게 주목받은 결과다. 내의류는 SPA 브랜드의 고객층을 넓히는 미끼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27일 서울 마포구 스파오 홍대점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이랜드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5일까지 이랜드 스파오 발열내의 ‘웜테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뛰었다. 이랜드는 앞서 이달 2일부터 웜테크 가격을 2009년 출시가인 1만2900원보다도 낮춘 9900원으로 책정했다. 2009년 출시된 웜테크는 올해 누적 500만 장 판매를 돌파한 스파오의 스테디셀러다. 이번에 가격을 낮춘 덕에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합리적인 이너웨어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랜드는 이 기간 웜테크의 신장세가 대학가에 위치한 스파오 서울 홍대점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20%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브랜드 관계자는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면서 매출이 향후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스파오의 내의류 가격 인하는 처음이 아니다. 올해 20% 인하에 앞서 작년 8월에도 웜테크 판매가를 20% 가량 낮춘 바 있다. 가정용 난방 비용이 연달아 인상된 점이 계기가 됐다. 브랜드 관계자는 “2022년 겨울 ‘난방비 대란’이 발생하자 보일러를 틀지 않고 버티던 가구를 보고 이듬해 가격 인하를 목표로 원가 혁신 작업을 시작했다”며 “생산 담당자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수천 ㎞에 달하는 비행 거리를 소화하며 소재 거래처를 발굴해 단가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도시가스 요금은 4·5·7·10월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됐다. 당시 서울을 기준으로 2022년 MJ(메가줄)당 14.2원이었던 가스 요금이 같은 해 12월 19.7원으로 올랐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류·소재·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두 해 연속으로 상품 가격을 낮춘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저렴한 내의류 가격 책정이 SPA 브랜드의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판매가 인하의 또 다른 배경이다. 특히나 겉옷 안에 착용해 상품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의는 SPA 브랜드의 합리적 가격 정책이 빛을 발할 수 있는 미끼 품목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무신사도 2020년부터 5년째 내의류 ‘힛탠다드’의 100원 행사를 열고 있다. 올해의 경우 24일부터 무신사 스탠다드 상품을 하나만 담아도 발열 내의를 100원에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식이다.

저렴한 가격대를 내세운 SPA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의류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들어 10월 25일까지 스파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에잇세컨즈는 10%, 신성통상(005390) 탑텐은 12% 가량 판매가 늘었다. 또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 “글로벌 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젊은이들이 고가 상품의 저렴한 대체품을 찾는 ‘듀프(Dupe)’ 소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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