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가 전장 소프트웨어(SW) 개발을 맡은 베트남 연구개발(R&D) 거점의 역할을 가전·웹OS까지 확대했다. 현지 인재 채용과 육성도 적극 확대하면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갖추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베트남 현지 R&D 법인인 LG전자개발베트남(LGEDV)은 최근 SW 개발 및 검증 업무 영역을 리빙솔루션과 키친솔루션·에어솔루션 등 가전 사업까지 넓혔다.
LG전자는 2016년 베트남 생산 법인 아래 하노이 전장 R&D센터를 세우고 2020년 하이퐁과 다낭에 각각 전장 R&D 분소를 추가로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전장 R&D센터를 공식 법인으로 승격시켰다. 2022년 전장 위주의 연구 영역을 스마트 기기 플랫폼인 웹OS까지 확대한 데 이어 이번에 연구 범위를 추가로 확장했다. 설립 8년 만에 종합 R&D 역할을 수행하는 동남아 지역 핵심 연구소가 된 셈이다.
연구 영역 확대에 발맞춰 연내 인력 충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LGEDV의 연구 인력은 현재 1100여 명인데 올해 말까지 1200명을 넘길 계획이다. 2019년 이곳의 R&D 인력이 200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5년 만에 6배 가까이 성장했다.
현지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도 다방면으로 구축했다. LG전자는 지난해 하노이산업대와 산학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본사 전문가가 주도하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LG전자가 선정한 코딩 전문가 10명 중 5명이 LGEDV에서 배출됐고 LG그룹 계열사 개발자 100여 명이 참여한 ‘LG 코딩대회’의 우승자도 이곳에서 나왔다.
이는 LG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현지 완결형 사업 구조를 완성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R&D 기능 강화를 통해 동남아 타깃 모델 개발은 물론 현지에 최적화된 오퍼레이션과 품질·비용·납기(QCD) 방식을 수립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에 세탁기와 냉장고, 청소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생산기지를, 하노이에는 판매 법인을 두고 있다. 동남아까지 영역을 넓혀 보면 태국에서는 에어컨, 인도네시아에서는 TV를 생산한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동남아 등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가전 구독 도입과 수요 확대에 맞춰 가전 라인업과 가격대를 다변화하는 볼륨존(가장 큰 소비 수요를 보이는 영역) 전략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 베트남 생산 법인(LGEVH)은 올 상반기 매출 2조 8739억 원, 순이익 131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5%, 54.6% 상승한 실적이다.
김이권 LG전자 H&A경영관리담당 상무는 24일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장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구독 사업을 실행하고자 한다”며 “말레이시아와 대만·태국 외 추가적으로 인도와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도 가전 구독 사업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는 우수 교육을 받은 젊은 인구가 많은 베트남 현지에서 인재를 빠르게 확보하고 이들의 역량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베트남 인구는 지난해 1억 명을 돌파했고 그중 40대 이하 인구 비중은 60%에 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가 최근 R&D 인재 육성 전략을 공격적으로 실시하며 하노이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며 “베트남의 연구개발 인력 풀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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