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처럼 기금에서 가져다 쓰는 돈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국가채무 수준이 지금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재정학회와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가 내부거래를 통해 과소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성 채무는 자체 상환이 가능한 금융성 채무와 달리 세금으로 메워야 해 실제 국민 부담을 키우는 국가채무로 꼽힌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실질적인 나라살림인 관리재정수지의 적자 중 76.5%가 적자성 채무 증가분으로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 원에 달했는데 적자성 채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62.4%인 54조 3000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56조 4000억 원 규모의 세수 결손에 대해 내부거래 위주로 대응했던 것과 관련이 깊다. 당시 정부는 국채 추가 발행 없이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조기 상환해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넘긴 뒤 일반회계에 투입하는 식의 내부거래를 16조 4000억 원 규모로 진행하고 지방교부세(금)를 18조 6000억 원 조정하는 식으로 대응한 바 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이 나쁜 상태에서는 이 같은 내부거래도 잠재적인 부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추가적으로 관리재정수지에서 흑자가 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내부거래분에 대해서도 빚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성과 일부는 국내총생산(GDP) 기준년 개편 덕을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 교수는 “GDP 구계열(2015년 기준) 사용 시 내년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9%가 아닌 3.2%로 3%를 초과하고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51.1%, 내년 52.1% 등으로 올라간다”며 “2028년에는 50%대 중반대인 54.5%를 기록하게 된다”고 짚었다. 신계열 GDP 적용 시보다 4%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GDP는 일반적으로 5년 주기로 개편된다. 올해 기준년이 기존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뀌면서 새로 생산으로 잡힌 요인들이 생겨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과 국가채무비율을 비롯해 각종 지표들이 자동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면 부채 관리를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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