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형(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현 시장 상황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는 가계부채 선행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형 위원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동행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현재 가계부채 데이터는 대부분 주택 거래 계약 이후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는 시점에 통계가 잡히다 보니 보름에서 한 달 정도 시차가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은 지난 4월 새 금통위원으로 합류했다. 행시 42회로 공직에 입문한 기획재정부 출신의 여성학자로 미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은행 컨설턴트와 서강대 경제학과 부교수를 거쳐 2020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 교수는 G20 재무장관·중앙총재회의 기간 중에 열린 선진국 여성 중앙은행 고위급 관계자 모임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돼 워싱턴을 찾았다.
이 위원은 “많이 어렵다고 하는 자영업도 특정 베이글을 중심으로 한 유명 식당은 장사가 잘 된다”며 “지금처럼 (경제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시기엔 다양성을 적시에 잡아낼 수 있는 ‘하이퀀시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데이터의 경우 그 달의 정보가 아니라 이미 계약 돼서 잔금을 치른 단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후행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KB 부동산 실거래 데이터 외에도 통화정책방향회의에 반영할 가계부채 데이터 선행지표를 한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자체 개발 중인 가계부채 선행 지표를 10월 금통위 때도 일부 반영한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최근처럼 시장이 빨리 변할 때는 15일과 한 달 차이는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계약일과 가까운 거래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느냐가 우리의 관점”이라며 “어떤 지표를 (통방)에 쓸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개발한 것을 포함해 다양한 지표를 파일럿 형태로 적용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은의 금리 인하 실기론에 대해선 “사안을 너무 단순화한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우리 의무는 인플레이션 타겟과 금융안정”이라며 “금리 인하 실기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금융안정 부분을 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느 국책연구기관이나 정부기관보다 가계부채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 문제에 대해선 한은이 가장 먼저 인지하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실기론은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이 ‘김연아 선수한테 왜 은메달 땄냐’고 하는 것과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 위원은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린 것은 내수 회복이 더뎌서라기보단 주택시장의 안정화 신호를 포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코로나19 과정에서 금리를 올렸지만 이후 인플레가 좋은 속도로 목표 수준에 도달하면서 금리를 정상화한 것”이라며 “내수 회복이 더디다는 건 금리 인하 판단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선 소비가 주택에 묶여 있어 이 부분이 안정되지 않으면 경제 활동의 제약이 많을수 밖에 없다"며 “10월 결정 때는 선행 지표 상에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것 같다는 신호를 개인적으로 많이 봤다. 이 정도면 너무 파이가 식을 때까지 기다기기 보단 어느정도 증가가 충분하다고 봐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 대해선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10월 금통위에선 6인 중 5인이 4개월 뒤에도 현 수준의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총재도 강조하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건이 바뀌면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10월 금통위 때는 위원들이 금리를 시급히 내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지만 최근엔 미국과 국내 정세에 많은 변동폭이 있던 만큼 11월에 그런 변화를 감안해 다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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