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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리걸테크 '제자리걸음'] 협회 견제·정부 뒷짐…율촌AI도 '일단 멈춤'

율촌, 자체AI 내년 이후로 연기

변협의 AI플랫폼 통제 방침에

회장선출 뒤로 시기조정 해석도

챗봇 '대륙아주'는 한달째 멈춰

갈등 격화 속 정부 방관 이중고





국내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시장에서 리걸테크를 표방한 기업과 로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글로벌 법률 AI 시장은 대형 인수합병(M&A)과 정부의 규제 완화 등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업체들은 협회의 발목 잡기와 당국의 ‘뒷짐’은 물론 자본·인력 부족 등으로 뚜렷한 성장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율촌은 당초 10월께 내놓으려고 했던 율촌 내부 업무용 ‘AI 시스템(가칭)’을 내년 이후에 서비스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촌은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 함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율촌이 27년간 자체적으로 축적한 방대한 법률 관련 데이터를 통해 의견서나 제안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하고 최신 판결 동향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율촌의 경우 다른 로펌과 달리 30년 가까이 쌓아온 법률 데이터를 중앙 서버 한곳에 모아 관리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LLM을 구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현재 율촌이 가지고 있는 의견서나 소송 관련 문서 등의 자료는 1000만 건이 넘는다. 올해 AI 열풍에 로펌 업계에서도 AI 서비스가 화두였고 많은 로펌이 AI 도입을 예고했지만 업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 서비스 연기의 배경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AI 시스템 출시 연기는 대한변호사협회의 AI 규제 강화 기조 때문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변협은 법률 AI 플랫폼에 대한 통제권은 협회가 가져가야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율촌의 AI 시스템과 같은 자체 서비스나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는 변협도 허용한다. 내년 초 변협 회장 선거가 있는 만큼 당장 출시보다 시간차를 두고 서비스를 내놓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내놓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법률 AI 플랫폼도 한 달 가까이 중단된 상태다. 변협은 지난달 24일 대륙아주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AI대륙아주가 변호사법상 광고 규정과 동업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대륙아주 측은 하루빨리 징계 절차가 시작돼 어떤 결론이든 신속히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 징계위원회가 대륙아주와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는다면 대륙아주는 AI대륙아주 서비스도 재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까지 징계 대상자에 대한 청문 절차 통보도 없어 변협이 시간 끌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처럼 올해 국내 법률 AI 서비스가 여러 이유로 지연이 되면서 글로벌 법률 AI 기업, 로펌과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3월 국내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 렉시스넥시스는 올 6월 문서 초안 작성 기술 스타트업 헨치맨을 인수해 법률 문서 초안 작성 기술을 확보했다. 렉시스넥시스는 한국 법령과 판례를 학습하고 우리 법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국내 한 리걸테크 기업의 대표는 “일본 법무성은 ‘법률 AI’ 제도를 개선해 변호사의 역무에 대한 가르마를 타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우리나라도 당국 차원에서 법률 AI와 변호사 역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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